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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창업창직] 반려동물 너머 사람을 탐구하는 반려동물 화가, 곽수연 작가

등록 2021-04-28 17:19수정 2021-04-28 17:35

친근한 민화에 쏙 들어가 눈알을 도록도록 굴리는 귀여운 프렌치 불독. 색동저고리가 펼쳐진 듯 알록달록한 산세 속 흰 범과 마주앉은 흰둥이. ‘멍멍 작가’로 불리는 곽수연 작가의 작품은 요소 하나하나를 뜯어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동물이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절부터 한지에 동물을 그려왔던 반려동물 화가, 곽수연 작가를 만나봤다.
곽수연 작가.사진 손홍주
곽수연 작가.사진 손홍주

Q. 미술교과서 표지로 작가님의 작품을 미리 만난 친구들도 있을 듯해요. 작가님은 언제부터 한국화에 관심을 갖고 반려동물을 그리게 되셨나요?

A. 그림은 고등학생 때부터 그렸어요. 그때도 한국화를 전공했고,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회화와 미술학을 공부하면서 한국화가 지닌 매력에 푹 빠져 작업을 이어왔죠. 그러다 1999년도쯤, 키우던 강아지를 드로잉하면서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작품을 그리게 됐어요. 우리 사회에서 동물은 사람으로 비유되거나, 천대받기도 하고, 또 사람과 비슷한 대우를 받기도 하잖아요. 특히 개는 사람과 제일 가까운 동물이기도 하고요. 모두가 친근하게 느끼는 개를 그리며 점차 사람과 관계가 깊은 반려동물로 작업을 확대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멍멍 작가’, ‘반려동물 화가’로 불러주시더라고요.

Q. 약 20년 전에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로 불리던 때죠. 처음부터 반려동물 화가로 주목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A. 제가 처음 개를 그릴 때는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그저 한국화 기법으로 개를 그리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작업이 이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동물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자 ‘애견 화가’로 불리게 됐고, 이제는 ‘반려동물 화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어요. 제 직업의 명칭이 달라지는 부분만 보아도 사람들이 동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게 보이지 않나요? 요즘은 ‘펫팸족(Pet+Family, 반려동물을 살아 있는 가족과 같이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도 생기고 있어요. 동물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회가 되면서 제 작품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듯합니다.

Q. 이런 동양화를 볼 때마다 어떤 도구로 그리는지 늘 궁금했어요. 작업 방식을 알려주세요.

A. 평소에 생활 속에서 생각했던 부분을 메모해두었다가 에스키스(Esquisse, 회화에서 작품 구상을 정리하기 위한 초고, 밑그림)한 뒤 작업합니다. 보통 밑작업 시간을 포함해 3주 정도 걸리고요. 작업도구는 전통 방식 그대로 ‘문방사우’, 즉 먹과 붓, 벼루, 한지를 써요. 제 작업은 주로 화려한 색채를 활용하다 보니 먹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 색이 있는 석채(돌가루), 분채(인공 색가루)를 아교에 개어 사용해요. 아교가 접착제 역할을 하거든요. 그리고 두꺼운 한지나 장지(우리나라에서 만든 종이의 종류. 두껍고 질기며 질이 좋다) 위에 그리죠. 이 기법을 ‘진채’라고 불러요. 우리나라 조선시대 궁궐의 도화서(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담당하던 관청) 화원들이 궁을 장식할 때 그리던 기법이랍니다. 전통 기법이지만 재료 공부를 함께 하다 보니 제 나름의 표현 방법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어요.

Q. 작가님의 작품에는 퍼그나 불독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견종인가요?

A. 특별한 의미라고 하기보다는 퍼그나 불독, 프렌치 불독이 다른 견종에 비해 코가 낮아요. 얼굴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견종이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약간 심드렁한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하죠.(웃음) 그래서 재미있는 표정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제 그림 속 메시지는 결국 사람을 표현하고자 하다 보니 그림에 자주 등장하게 되네요.

Q. 일상적이지 않은 배경 속에 있으니 반려동물들의 표정과 자세에 더 집중하게 되는 듯해요.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동물들을 그릴 때 작가님만의 포인트가 있을까요?

A. 제 그림 속 개는 모두 사람에게 길들여져서 인간화된 모습입니다. 마치 자기가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개들의 모습이 중점이죠. 처음부터 이렇게 인간화한 모습을 그린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동물의 형태를 파악하는 위주로 작업했는데, 차차 내 감정을 동물에 투영시켜보고, 나아가 동물을 의인화하는 작업으로 변화됐죠. 그러다 보니 결국은 제가 인간에게 참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는 건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고요. 동물을 그리는 작업으로 마음공부도 함께 하고 있답니다.

Q. 단체전 참여와 개인전 개최는 물론 여러 기업과 기관과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계시죠. 기억에 남는 작업 에피소드도 있으신가요?

A. 제게는 사람과 동물에 대한 에피소드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듣고 보는 모든 것이 소중합니다. 개가 사람에게 길들여져서 자기가 개인지 모르는 양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모습을 작품에 녹이기도 하고요. 가끔은 사람 간의 소통보다 동물과의 소통을 더 중요시하고, 선호하는 듯 보일 때는 이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해요. 또, 평소에 혼자 작업하는 일이 많아서 단체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참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공동작업은 제 그림을 한 번 더 점검해보고, 깊이 살피는 계기가 돼요. 기업이 가진 특성과 내 그림이 잘 맞는지 살펴보고, 조율하다 보면 새로운 의미가 담긴 예술품이 만들어지거든요.

Q. ‘멍멍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작가님처럼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자신만의 직업 세계를 만들어나갈 <MODU> 친구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A. 지금은 꿈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일단 긍정적인 마음을 먹고요, 나보다 먼저 살아간 선배들을 바라보세요. 좋은 부분과 안 좋은 부분 모두 보이겠죠.(웃음) 하지만 많이 보고 겪을수록 자신만의 분별법이 생길 겁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원하는 것이 생긴다면 자신을 믿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길 바랍니다. 독자들을 응원할게요!

■ 곽수연 작가의 예술 도록

잉어꿈, 116X85.5cm, 장지에 채색, 2018. 사진 곽수연 제공
잉어꿈, 116X85.5cm, 장지에 채색, 2018. 사진 곽수연 제공

1. 가장 애정하는 작품 <잉어꿈>

작가가 ‘복꿈’이라고도 하는 잉어 꿈을 처음으로 꾸고 그린 작품이다. 좋은 꿈은 나누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좋은 기운을 담아 모두에게 나누고 싶어 그렸다.

책거리, 130.3X162cm, 장지에 채색, 2010. 사진 곽수연 제공
책거리, 130.3X162cm, 장지에 채색, 2010. 사진 곽수연 제공

2. 민화의 대표 주제 속 숨은 반려동물 <책거리>

‘책거리’는 전통 민화와 궁중화의 대표적인 그림 주제다. 자유롭게 흩어놓은 책과 안경 등 전통적인 요소 속에 바셋하운드, 프렌치 불독 등 능청스러운 표정의 서양 견종을 턱하니 배치했다.

讀書尙友 (독서상우), 63X55cm, 장지에 채색, 2018. 사진 곽수연 제공
讀書尙友 (독서상우), 63X55cm, 장지에 채색, 2018. 사진 곽수연 제공

3. ‘시고르자브종’이 시선을 강탈! <독서상우>

'독서상우’란 책을 읽음으로써 위로 옛 성현들과 벗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순진무구한 표정의 귀여운 똥강아지 때문에 책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

파초도 (삽살개), 83X56cm, 장지에 채색, 2021. 사진 곽수연 제공
파초도 (삽살개), 83X56cm, 장지에 채색, 2021. 사진 곽수연 제공

4. 올해 공개한 따끈따끈한 신작 <파초도>

작가는 올해 삽살개와 같은 우리나라 토종견을 모델로 한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은 토종견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 걱정이라며, 많은 사람이 토종견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곽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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