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면접도 잘 본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교 생활 3년을 3000자 이내로 써내야 하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는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넘기 힘든 산이다.
특히 올해 고3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시 학종에서는 자소서의 공통문항이 2개로 줄었고 글자 수도 줄어들어 수험생과 지도교사들의 고민이 크다. 자소서를 폐지한 대학들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이 필수 서류로 자소서를 요구한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내용 등이 어느 정도 채워진 5월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떤 전공을 원하는지 등 한번쯤 돌아보며 자소서를 써봐야 할 때다.
입시전문가인 최승후 대화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과 함께 자소서 잘 쓰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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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생부’ 완벽하게 이해해야
자소서를 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학생부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지금까지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게 먼저다. 해당 시기에 왜 그 대회에 참가했는지, 구체적인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자소서는 수시 학종 면접의 뿌리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학생부를 완벽하게 분석한 뒤 이해해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설명이나 보충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노트에 적어두고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소서는 학생부 내용을 보완하는 주요 입시 서류다. 학생부에 잘 드러나지 않은 여러 활동의 동기와 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자소서는 고교 3년 동안의 생활과 학생부를 촘촘하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학생부 기재 내용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덤비면 학생부와 자소서 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겹칠 수 있다. 혹은 억지로 끼워 맞춰 학생부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소설’이 된다.
늦어도 6월 초순까지는 자소서를 한번 완성해볼 것을 권한다. 수시모집 지원 시기에 자소서를 쓰다 보면 조급한 마음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대학 입학 담당자 등에게 알리고 싶은 자신만의 강점을 틈날 때마다 적어두는 게 좋다. 작은 수첩이나 스마트폰 메모 앱 등을 활용해 글감을 모아두고 모인 글감을 재료 삼아 한 문장씩 정리하다 보면 자소서를 훨씬 쉽게 쓸 수 있다.
보통 수험생들이 ‘한 번에 만족스럽게 쓰겠다’는 생각에 하루 이틀 미루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자소서가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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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특’과 ‘행특’에서 글감 찾자
자소서 공통문항인 1번은 ‘진로와 관련한 노력’이다.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을 열쇳말로 잡으면 된다. 예전 공통문항인 1번 문항과 2번 문항을 합쳤다고 보면 되는데, 진로와 관련한 답을 써낼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방향, 내가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 갖고자 하는 직업 등이 이에 포함된다. ‘진로’라는 주제 자체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과 관련된 것들을 마인드맵 등을 그려보며 떠올리는 것이 좋다.
희망하는 전공과 직접 연결되는 수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학습 경험과 활동을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생부 항목 가운데 ‘세부능력 특기사항’(이하 세특)과 진로 활동, 독서 활동, 동아리 활동 등에서 자소서 글감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자소서 문항 중 비중이 큰 문항인 만큼 1번 문항은 세심하게 살펴가며 쓰는 게 좋다.
2번 문항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과 배운 점’이다. 자기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신경 써서 읽어보자. 특히 고1 시기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하 행특)에는 자신의 인성이나 공동체 생활에서의 특성이 적혀 있다. 조금 더 심화된 서술은 고2 시기 행특에 나와 있다. 2년여 동안의 행특을 읽어보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면 된다. 공통된 특성, 자주 등장하는 단어 등을 찾아낸 뒤 관련된 경험을 떠올려보면 2번 문항 서술에 도움이 된다.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상황, 학교 수업 중 단체 활동 등도 유용한 소재다.
자기소개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면접의 토대가 된다. 2017년 11월24일 경북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시 대비 모의 면접을 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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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문항엔 함축적으로 메시지 담아야
자소서 3번 자율문항은 대학별로 다양하다. 이화여대처럼 자율문항이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는 독서 문항(각 500자 3권에서 각 400자 2권)을 유지하되 분량을 줄였다. 하지만 요구사항은 예전과 같이 책을 읽게 된 계기, 평가, 영향 등을 그대로 이어가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는 짧은 분량 안에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대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 2권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여 주십시오’인데, 선정 이유는 도서별로 띄어쓰기를 포함한 4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선정 이유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써야 한다.
연세대, 중앙대, 포스텍 등은 지원 동기와 노력 과정, 배운 점 또는 자신만의 재능이나 우수성 등을 자소서 자율문항으로 지정했다. 연세대는 ‘해당 모집단위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중앙대는 학생부 기재 내용 중 지원자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에 대해 써야 한다. 포스텍은 ‘자신에 대해 좀 더 소개하고 싶은 내용’ 등에 관해 자유롭게 서술하면 된다.
지원 동기와 노력 과정 등은 1번 문항의 내용과 일부 겹칠 수도 있다. 달리 생각하면 1번 문항의 진로와 관련된 내용에서 해당 모집단위에 대한 내용으로 범위가 좁아지는 것이다. 1번 문항의 연장선상에서 더 구체적으로 글을 작성할 수도 있다. 중앙대와 포스텍의 자율문항에서는 지원자의 재능이나 우수성을 표현해야 한다. 작성 시 유의할 점은 자신만의 주장에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구체적인 사실이나 에피소드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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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누리집에서 ‘학종 가이드’ 내려받자
자소서 1, 2번 문항은 ‘~에 대해 노력한 경험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도록 되어 있다. ‘대상 수상’ 등 단순한 결과보다는 수험생의 구체적인 경험과 성장 과정에 대해 묻는 것이다. ‘~한 결과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내용 위주로 쓰기보다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매주 2회 화상회의를 통해 어떤 과정을 기획했다’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배운 점을 적어야 한다.
지원 희망 대학 누리집에 들어가 해당 대학의 ‘학종 가이드’ 등 안내서를 내려받아 살펴보는 것도 추천한다. 각 학교만의 인재상 등을 참고해 자신이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면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자소서 문항 수 축소다. 자소서는 공통문항과 자율문항으로 구성되는데 기존 3개였던 공통문항이 올해부터는 2문항으로 줄어든다. 재학 중 학습 경험과 의미 있는 교내 활동이 1번 문항으로 통합됐다.
글자 수도 각각 1000자와 1500자에서 통합 1500자로 줄었다.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의 실천 사례였던 기존의 3번 문항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경험’으로 변경됐다. 글자 수도 기존보다 200자가 줄었다. 필요하면 대학별로 1000~1500자 추가할 수 있었던 ‘자율문항’ 역시 이제 800자에 맞춰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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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제출 대학은 전국 58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0개 대학 639개 전형 중에서 58개 대학 267개 전형에서 자소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27개 대학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경기, 경북 순으로 자소서를 요구하는 대학이 많았다.
대입전형계획에 제출 서류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은 가천대, 공주대 등 10개 대학을 제외하면, 대교협에서 발표한 140개 대학 중 20개 대학에서는 자소서 외의 서류를 추가로 요구한다.
공주교대 초등교육과에서는 ‘자기 활동보고서’를 선택적으로 제출하도록 했고, 동덕여대의 경우 ‘동덕 창의리더 전형’ 일부 모집단위(회화과, 큐레이터학과, 디자인대학)에서 활동보고서를 필수로 내도록 했다. 충남대 소프트웨어인재 전형 지원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경북대 고졸 재직자 또는 특성화고졸 재직자 등 일부 대학의 특별전형에서는 학업 계획서나 학업 이수 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의 모집요강 및 제출 서류를 누리집을 통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자소서를 폐지하는 대학도 늘어났다. 2024학년도 대입에서 자소서가 전면 폐지되지만, 올해부터 활용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다. 서울권 대학에서는 고려대, 상명대, 서강대, 한국외대가 올해부터 자소서를 폐지한다. 경기권에서는 단국대가 자소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
우연철 소장은 “자소서, 추천서 폐지가 분명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다만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은 학생만의 특장점을 호소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수험생 본인의 구체적인 활동과 의미 등을 강조하면서 대학에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자소서를 충실히 준비해 학종에 지원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