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를 본 적 있다면 노래만큼이나 영상 속 멤버들이 입은 한복에 눈길이 갔을 것이다.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의 새로운 한복,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했다면 주목하자. 우리의 전통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에 알린 생활한복 브랜드 ‘단하주단’의 김단하 디자이너를 만났다.
Q. 김단하 디자이너님은 언제부터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할아버지가 전통 매듭장인이셨고, 교복도 한복이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한복에 친숙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한복은 문양이며 동그스름한 실루엣이 참 예쁘잖아요. 하지만 전통한복은 치마도 길고, 입고 벗기 불편한 게 단점이에요. 그래서 입고 생활하기 편하면서 세탁하기도 쉬운 소재를 사용한 한복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복식을 만드는 생활한복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Q. 환경을 생각하며 한복을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의류 폐기물을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대기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저는 아주 예민한 사람이에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눈도 아프고, 숨쉬기도 힘들 정도죠. 앞으로 몇 십 년은 더 이 지구에서 살 텐데, 가능하다면 옷을 만들면서도 지구에 해를 입히지 않고 싶었어요. 그래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한 면, 의류 폐기물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원단 등을 사용합니다. 올해는 한복 원단의 70%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지금 입고 있는 검정 블라우스와 배자와 치마 모두 폐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얻은 원단으로 만든 거죠.
Q. ‘블랙핑크’의 로제가 입은 크롭트 톱은 한복의 가슴가리개에서, 원피스는 무관들이 입던 철릭에서 재탄생한 한복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신선한 디자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한복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은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저는 국립고궁박물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보물과 유물 출토 보고서, 논문 자료 속 궁중보자기와 궁중도배지의 문양을 많이 참고합니다. 특히 요즘은 궁중도배지를 패션의 영역으로 가져오고 있어요. 궁중보자기의 경우 여러 기관의 자료를 통해 좋은 화질로 감상할 수 있지만 도배지는 대중에 공개된 것이 많지 않거든요. 궁중도배지를 쉽게 보고 싶다면 단하주단의 한복으로 만나는 게 제일 확실하고 편한 방법이죠.(웃음)
물론 있는 그대로를 가져다 쓰지 않고, 저만의 해석을 곁들입니다. 예를 들어 보자기와 도배지에서 멋진 문양을 찾아낸 뒤, 패션계에서 유행하는 네온 컬러를 입히는 식이죠. 생활 한복에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성복 블라우스나 니트 아래에 훅 두르기만 하면 한복 룩이 완성되는 허리치마는 트렌디하면서도 편안해서 그런지 늘 인기가 좋아요.
Q. 그러고 보니 지난 1월에는 ‘펭수’를 위한 고운 한복도 만드셨죠. 펭귄 몸에 맞는 한복을 만들었을 때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사람이 아닌 펭귄을 위한 한복을 만든 건 처음이라, 펭귄의 체형을 고려하지 못해서 조금 고생했어요. 펭수가 평소 입는 옷과 모자를 먼저 받아, 치수를 재서 만들어 입혀보려고 갔는데 사이즈가 안 맞더라고요. 펭수가 뚱뚱해서 안 맞은 게 아니라 제가 잘못 만든 거라고 할게요.(웃음) 이 기회로 펭귄의 체형을 제대로 알게 됐답니다.
Q. 한복은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생활한복을 입는 것을 어렵게 여기곤 해요. 우리가 한복을 더욱 친근하게 여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고들 하잖아요. 먼저 어른들이 한복을 많이 입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겠죠? 또 ‘한복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기도 하시는데요, 입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답니다. 많은 사람이 입을수록 가격은 점점 저렴해질 거예요. 실제로 단하주단에서 판매하는 스커트 가격은 창업 초기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저렴해졌거든요.
Q. 디자이너님을 보고 생활한복 디자이너가 되길 꿈꾸는 독자들도 생길 듯한데요. 생활한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어떤 공부나 활동을 해두는 게 좋을까요?
저도 어릴 때부터 이 직업을 꿈꿔왔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초등학생 때는 말하는 걸 좋아해서 아나운서, 라디오 DJ가 되고 싶었죠. 대학에서는 중국어학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도, 또 카지노 딜러로도 일해봤고요.
그러다 한복의 매력에 푹 빠져 한복을 제대로 알고 싶어 궁중복식연구원에서 한복을 공부한 거예요. 지금은 대학원에 진학해 의상학을 깊이 배우고 있어요. 아직 청소년이라면 한국의 복식에 대한 역사를 미리 공부해두는 걸 추천해요.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이 엿보이는 민화를 봐두는 것도 좋아요.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생활한복 상품도 구경해보고요.
Q. 앞으로의 한복이 어떻게 발전할지도 궁금합니다. 디자이너님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한복의 미래는 굉장히 밝을 거라고 예상해요. 앞으로 한복은 우리나라 사람만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즐기는 패션이 될 겁니다. 우리 홈페이지만 봐도 해외 여러 나라에서 찾아주시거든요. 앞으로 남성용 한복을 만든다면 전 세계의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입혀보고 싶네요.
저는 한복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패션 디자이너예요. 시각적으로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직업이죠. 한국이 지닌 전통의 아름다움을 패션으로 알릴 수 있어서 참 기쁘답니다. 지금 생활한복에 쏟아지는 사랑이 한순간의 유행이나 거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여러분이 ‘K-컬처’에 꾸준한 관심과 열정을 가져주어야 해요. 세계에 한국의 문화와 멋을 알리고 싶다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등 여러 SNS를 눈여겨보면서 어떻게 하면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 이 인터뷰는 경기도 어린이 신문 <내가 그린 꿈> 봄호 제휴 콘텐츠입니다. 아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인터뷰 전체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