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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율은 높이고! 바이오의약품개발자

등록 2021-05-26 16:28수정 2021-05-27 10:19

환자의 질환 치료를 위해 제공하는 치료제는 크게 화학요법으로 만든 화학의약품과 생물학적 요법으로 만든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뉜다. 투여법도 경구용으로 먹거나, 주사로 맞는 치료제로 나눌 수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포유류의 세포에서 추출한 항체치료제는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 중 하나다. 류마티스성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암, 노인성황반변성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오늘은 바이오의약품 항암제를 만드는 바이오텍 ‘파멥신’의 유진산 대표가 알려주는 바이오의약품의 제조 과정과 제약산업계 인재가 지녀야할 적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사진 제공 파멥신
사진 제공 파멥신

개발 전략 수립

10년 가까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만 개 중 하나가 성공하는 것이 신약 개발이다. 안전성과 효능을 최우선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려면 먼저 질병과 환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항체로 위암 항암제를 개발하고 싶다면 먼저 전 세계적인 위암환자의 통계를 보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위암환자 치료제와 치료법 등을 분석한다. 향후 5년 안에 시장에 나올 치료제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분석한 뒤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없어지는 질환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연구실에서 위암 치료를 위한 특정 타겟을 발굴하고 항체를 만들어내면, 이를 위암 세포에 넣어 실험을 통해 어떻게 공격하는지를 살핀다. 이를 ‘인비트로(In vitro)’ 실험이라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실험

다음은 동물실험이다. 인비보(In vivo)실험이라고 한다. 효능과 독성을 보기 위해 생쥐나 쥐를 주로 이용하고, 이후 원숭이 등 고등 동물에서 약의 독성과 약동학, 약역학 등을 체크한다. 즉 해당 동물에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을 투여해 독성은 없는지, 유전자 변이는 없는지, 효과는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독성 데이터는 두 종류 이상의 동물 종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동물실험 결과 안전하면서도 위암 세포의 크기를 줄이고, 동물 모델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효과와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다음은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이때 항암제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당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 비임상 자료와 임상 1상 프로토콜, 환자에게 투여할 GMP 임상 시료, 임상 1상을 수행할 병원과 교수 정보 등을 제출하고 허가가 나면 기업과 임상 센터 간의 조율을 거쳐 환자를 모집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임상시험

임상시험 1상은 평균적으로 20~40명의 환자를 모집해 약을 투여한다. 비교적 적은 숫자의 환자를 대상으로 위암을 포함한 모든 암환자를 모집해 아주 낮은 용량을 투여하면서 잠재적인 독성을 관찰한 뒤 투여 용량을 높인다. 항암제는 임상 1상부터 암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므로 독성은 물론 항암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

임상 1상 결과에서 안전성과 일부 효능을 얻게 되면 임상 2상을 준비해야 한다. 2상부터는 특정암을 정해서 진행하며, 호발성 암의 경우 약 200명 규모의 환자에게 안전성과 특정 암에 작용하는 효과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이때 여러 나라와 민족, 여러 센터를 통해 임상을 진행한다.

임상 3상은 천 명 이상의 규몰 진행하는데, 환자 한 명당 1억에서 1억 5000만원 규모의 거액을 제약회사에서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3상까지 거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임상시험에서 모두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받은 뒤에는 규제당국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 판매에 들어간다.

■바이오의약품개발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모든 인류를 고객으로 보는 글로벌 마인드로 제약산업에 진출하라”

항체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의약품 기업 ‘파멥신’ 유진산 대표

사진 손홍주
사진 손홍주

Q. 현재 바이오의약품으로는 항체치료제가 대표적이다. 항체치료제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달라.

바이오의약품 카테고리는 아주 넓고 다양하다. 요즘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의약품은 항체치료제이고, 항암제 분야에선 면역관문억제역할을 하는 면역항암항체치료제들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판매하고 있는 키트루다 항체치료제가 미국 전 대통령인 지미 카터를 완치시킨 이야기가 유명하다.

항체와 면역세포의 컬래버레이션인 항암제 ‘CAR-T’ 치료제를 또 다른 예로 들어보겠다. 사람의 몸에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대응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있다. 우리 몸에서 매일같이 만들어지는 암세포는 보통 이 면역세포가 대응해주는데, 암환자의 종양미세환경내의 경우 이 T세포가 적다. 그래서 먼저 암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한 뒤 이 환자의 암을 인식할 수 있는 항원에 대한 항체 유전자를 암환자의 T세포에 탑재시키고, 컨디션이 좋은 T세포를 대량생산해서 다시 환자의 몸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 변형된 T세포를 CAR-T 세포라 하고, 대량으로 투여된 CAR-T는 환자의 종양미세환경에서 암세포를 제대로 인지하고 죽일 수 있게 된다.

사실 암환자를 완치시키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암의 목표 역시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체치료제의 경우 정확하게 암을 찾아 공격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덜하고,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직까지는 일부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장에 나왔고,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제작되다 보니 그 비용이 상당히 높다. 여러분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웃음)

Q. 항암제의 임상시험 1상의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예를 들어 올린베시맙 임상 1상은 서울삼성병원에서 수행했다. 처음 세 명의 암환자들은 1mg/kg/w 일정으로 투여를 받았다. 즉 환자 체중을 측정한 뒤 투여용량을 계산하는데, 환자 체중이 70kg이면, 700mg 올린베시맙을 매주 정맥으로 주사를 투여하는 것이다. 세 명 모두 매주 같은 용량으로 2개월 이상 투여하고, 우려할 만한 독성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 투여하지만 그 사이 한 명의 암이 커지거나 사망하면 임상을 중단한다. 나머지 환자들은 24개월간 투여되는 프로토콜로 진행한다.

그 다음은 새로 세 명의 암환자를 모집해 2mg/kg/w 용량으로 투여했다. 70kg 체중의 환자에게 1400mg의 올린베시맙을 매주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24mg/kg/w 까지 투여했으며, 이 용량에서도 독성이 나오지 않아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됐다.

Q. 그렇다면 ‘파멥신’의 핵심 기술은 뭘까?

보유 중인 ‘완전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로 다양한 항원에 대한 항체치료제를 제작해서 암과 여러 질환을 위한 치료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거다.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화학물질을 항체에 붙여, 항체가 암세포를 인식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화학물질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 ‘ADC’다. 위에서 설명한 CAR-T 도 T세포에 탑재하는 항체의 우수성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치료제를 자체적으로, 또는 공동개발하는 데에 우리의 경쟁력이 있다. 항암제로 개발됐지만 노인성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른 질병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드럭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에도 주목하고 있다. 밤잠 설쳐가며 만든 제품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살리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Q. 대표님은 독일에서 생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분자세포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으셨다. 전형적인 학자의 길을 걷다 ‘파멥신’을 창립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는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논문을 통해 발표하는 과학자, 교수가 되고 싶었다. 독일은 학자에 대한 지원과 혜택이 많아 공부하고 연구하기 참 좋은 환경이었다. 그런데 스탠퍼드 대학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로 오니, 다른 연구원과 보스에 비해 나는 그저 가난한 연구원이더라.(웃음) 하지만 많은 교수들과 동료들이 수시로 벤처 창업을 하는 캠퍼스 생태계 안에서 그들과 가까이 접하며 자연스럽게 창업과 경영에 대해 어깨너머로 관심과 관찰을 하게 됐다.

이후 노바티스 지원 연구 그랜트인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이라는 유전병을 연구하며, 어린 유전병 환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그렇게 순수과학에서 실용의과학에 눈을 뜨게 돼 이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LG생명과학 항체센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며 항암항체치료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노바티스와 한국정부가 협업해서 만든 GATE 프로젝트에 선정이 되고,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의 연구원 창업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설립한 것이 ‘파멥신’이다.

Q. 제약회사 대표가 보는 ‘제약산업계의 인재’란 어떤 사람인가?

혁신 신약이 나오기 위해선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 협업이 필요하다. 즉 오케스트라의 협주같은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바이올리니스트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생물, 화학, 생화학, 물리, 약학, 의학 등 전공자는 물론이고, 의약품 개발자 외에도 기술 이전과 글로벌 제약회사 간의 컬래버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주가 관리 담당자, 투자 유치, 재정 관리 전문가, 인사 전문가, 특허 및 법률, 임상, 규제기관 대응, 허가 관련 전문가 모두가 각자의 전문성을 갖고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 특별히 필요한 전공보다도 우리 몸과 건강에 관련된 것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다. 물론 이것은 기본 스펙이다.(웃음) 중요한 역량은 매일같이 다량으로 나오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익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세다.

Q. 제약산업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현업과 관련한 정보를 쉽게 얻을 방법이 있다면 추천해달라.

구글에 들어가 세계 탑 100위 제약사를 치면 회사 리스트가 뜬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 회사 이름을 입력하고 본인과 연결해보라. 자신의 인터넷 족적을 남기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또 각 회사의 홈페이지와 Fierce Biotech, Biospace, Endpoint News 등에 들어가 뉴스레터를 받고,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바이오인 등의 홈페이지에서 정보도 찾아보자.

지메일 계정을 만들어 관심사 키워드 알림을 받는 것도 좋다. 키워드에 ‘파멥신(PharmAbcine)’은 필수다.(웃음) iOS 유저라면 클럽하우스에 가입해 헬스케어, 메디컬 그룹의 글로벌 전문가 모임에 들어가 그들의 의견을 조용히 듣기만 해도 식견을 넓힐 수 있을 거다. 궁금한 게 있으면 꼭 질문해보고!

생로병사는 자연의 순리인데 현대의학은 발전하고, 수명은 길어졌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어느 순간부터 아프기 마련이고, 이 길목에서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급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진다. 스위스를 보라. 영토는 작지만 굵직한 제약회사는 모두 스위스계다. 그들이 스위스 국민만을 위해 약을 개발할까? 아니다. 이제는 고객을 전 인류로 보고 차별화되고, 가치 있는 혁신 의약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야 하는 시대다. 좁은 한국 내수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고객층을 넓혀 바라보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파멥신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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