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 10년도 더 지났다. 하지만 이 땅엔 아직 주택이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총가구는 2089만1348가구이고 주택 수는 총 2131만100채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45만6266가구로, 전체 가구의 54.8%다. 나머지 45.2%는 자기 집이 없는 ‘민달팽이’ 가구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보면,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은데도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자기 집을 갖지 못한 것은 누군가 집을 두채 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온갖 부동산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공사를 하다가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지나던 시내버스가 매몰돼 탑승객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자본의 논리가 아닌 인간의 논리가 조금 더 고려된다면 재개발 때 발생하는 황당한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개발의 논리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의 소통으로 변화하길 기대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부동산 문제 해결처럼 요원한 것일까?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한 재개발 현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