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까지 진행된 회식을 마치고 도로를 건너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는 ㄱ씨의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ㄱ씨 가족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12월 회사 송년회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ㄱ씨는 2차 회식을 마친 뒤 인근에서 열린 부하직원들의 3차 회식자리에 참석했고, 이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잠이 들어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두 정거장을 지나쳤다. 버스에서 내린 ㄱ씨는 길을 건너기 위해 버스 앞쪽으로 갔다가 뒤따르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ㄱ씨가 참석한 3차 회식은 회사의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사적 친목모임이었다. 또 (ㄱ씨의 사고 장소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일탈했다”며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봤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ㄱ씨는 이 사건 회식 참석자들의 상급자이자 회사 중간 관리자였던 업무상 지위에서 하위 직급 직원들을 격려할 목적으로 회식에 참석했다. 이는 넓은 범위에서 ㄱ씨 회사 업무의 일환”이라며 “회사와 무관하게 열린 사적 성격의 모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ㄱ씨가 원래 내리던 정류장을 지나쳐서 도로를 건너려다 교통사고가 난 데 대해서도 “출퇴근 경로의 일탈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ㄱ씨가 도로를 횡단하려다 발생한 사고라고 하더라도 이는 ㄱ씨의 과실만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버스 운전자도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경합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ㄱ씨가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퇴근했고 사고 장소 또한 ㄱ씨의 주거지 부근인 점, ㄱ씨가 회식에서 마신 술 등의 영향으로 평소 내리던 정류장을 지나친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종합하면, ㄱ씨는 사고 당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하던 도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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