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이 인권침해와 차별에 가장 취약한 사람을 ‘경제적 빈곤층’이라고 꼽은 조사결과가 나왔다.
21일 국가인권위(인권위)가 발간한 ‘2020 국가인권실태조사’(실태조사)를 보면, ‘누가 인권침해나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객관식 질문(복수 응답)에 응답자 52.5%가 ‘경제적 빈곤층(52.5%)’을 선택했다. 장애인(50.1%)과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28.9%), 여성(26.7%)이 뒤를 이었다. 지난 1년간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5%인데 이들 중 가장 높은 차별 유형도 15개 선택지중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13.0%)이 가장 많이 꼽혔다. 2019년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된 실태조사(면접·온라인 활용)는 지난해 8월20일~9월3일 전국 만 19살 이상 성인 1만45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소득수준(월소득)에 따라 우리 사회의 인권 개선 여부에 대한 인식도 차이를 보였다. 월 700∼1999만원 이하를 버는 응답자는 50% 이상이 인권상황이 개선됐다고 봤지만, 월소득 200만원 이하의 경우 긍정 평가가 30%에 미치지 못했다.
인권침해·차별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묻는 말(복수응답)에 ‘경찰·검찰 조사나 수사를 받을 때(43.1%)’가 가장 많이 꼽혔는데 ‘직장 생활할 때(구직/취업 포함)’라는 응답(33.8%)도 높게 나왔다. 인권침해 및 차별의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사람은 직장 상사(37.9%)로 나타나고,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 중 44.6%가 ‘고용(채용·임금·승진·해고 등)’ 관련한 차별을 꼽아 ‘신체·언어적 차별(40.2%)’보다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인권침해에 많은 사람들이 민감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응답자의 19.9%가 인권교육이 가장 시급한 주제로 ‘성평등’을 꼽았다. ‘혐오·차별 예방교육(18%)’, ‘장애인 인권(17.7%)’ 등이 뒤를 이었다. 2019년에는 장애인 인권 교육이 1순위로 꼽혔던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인권침해나 차별에 노출됐을 때 응답자들은 소극적으로 대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1.2%는 차별 등을 당해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문제가 더 심해질 것 같아서(34.3%)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4.4%)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15.4%) △가해자 처벌이 어려워서(10.5%) 등이 꼽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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