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가 고용승계 과정에서 ‘손가락이 다친 적 있다’는 이유를 들어 노동자의 용역 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용역업체 대표 ㄱ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는 2018년 3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와 용역계약을 맺고, 기존 용역업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18명 가운데 17명과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들의 근로를 승계했다. 다만 과거 작업 중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ㄴ씨에 대해서는 ‘일상 작업 복귀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는 의사 소견에도 “고용계약을 승계할 의사가 없다”며 해고했다. 2009년 10월부터 10년여 동안 일을 해왔던 ㄴ씨는 “해고는 부당하다”며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불복한 ㄱ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ㄱ씨가 ㄴ씨의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가 맞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ㄴ씨는 10년여 동안 용역업체가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계속 고용승계를 인정받았다”며 “그는 회사가 자신의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새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해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ㄴ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했는데도 ㄱ씨가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해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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