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신호 지키며 일하고 싶다” 배달플랫폼 AI가 만드는 위험한 세상

등록 2021-06-29 16:54수정 2021-06-29 19:20

라이더유니온, 배달 플랫폼 인공지능 시스템 검증 결과 발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에서 배달 플랫폼 3사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시스템을 검증하는 실험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고 회사쪽에 현실에 맞는 배달시간기준 제정 등과 정부에 안전배달료 도입 등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에서 배달 플랫폼 3사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시스템을 검증하는 실험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고 회사쪽에 현실에 맞는 배달시간기준 제정 등과 정부에 안전배달료 도입 등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공지능의 일거리 배정은 대형 플랫폼사에서 보면 너무나 간편하고 획기적인 시스템이겠지만, 저희는 사람이고 노동자고 기계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배차 때문에 과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깁니다. 배달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습니다.” (배달노동자 ㄱ씨)

29일 라이더유니온은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배달노동자 12명의 실험으로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3개 배달 플랫폼 업체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증은 실험에 참여한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7일에는 인공지능 배차를 100% 수락하고, 8일에는 인공지능 배차 수락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9일에는 교통 법규를 준수해 주행한 뒤 결과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라이더유니온은 인공지능 배차 수락률이 높은 배달노동자에게 혜택을 주는 현행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방침이 노동 강도를 높이고,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

라이더유니온은 검증 결과 인공지능 배차를 100% 수락하자 라이더가 배차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때에 견줘 주행거리가 증가하는 등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시간당 배달 건수와 수익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알고리즘 배차를 100% 수락할 때 1인 평균 총주행거리는 117.4㎞로 자율 선택 시 총주행거리(101㎞)보다 길었다. 평균 건당 주행거리도 4.6㎞로 자율 선택 시(3.8㎞)보다 길었다. 알고리즘 배차 100% 수락 시 건당 배달료(5300원)·주행거리 ㎞당 배달료(1003원)·시급(1만3895원) 모두 자율 선택 시(각각 5600원·1234원·1만6931원)보다 낮았다.

실제로 배달노동자 ㄴ씨는 인공지능 배차를 100% 수락했을 때 건당 주행거리가 5.2㎞였지만, 자신이 잘 아는 지역 위주로 배차를 선택하자 건당 주행거리가 2.8㎞로 줄었다. 전체 주행거리는 45㎞나 감소했는데 수입은 동일했다. 거리가 멀어도 높은 배달료를 선호하는 배달노동자 ㄷ씨는 인공지능 배차를 100% 수락했을 때보다 자율 배차했을 때 주행거리가 늘었지만, 건당 요금이 4635원에서 6264원으로 늘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가 자신의 체력, 주행 스타일, 배달 지역 관련 정보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차를 취소하거나 수락해 인공지능 배차를 100% 수락했을 때보다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배달노동자가 인공지능 배차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이다. 배달 플랫폼사가 인공지능 배차 수락률이 높은 배달노동자에게 수수료 등 다양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또 잦은 인공지능 배차 거절이 계정 정지 등 실제 페널티로 이어진다는 제보도 라이더유니온에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더 빨리 배달하라”는 현재의 배달 시스템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이 주행 속도 등 교통 법규를 준수해 주행하자 평균 소요 시간이 29분가량으로 교통 법규를 준수하지 않을 때보다 6분가량 더 걸리고, 수익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신호를 지키는 라이더들이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라며 “교통 법규 단속 위주의 정책(국회)과 빠른 배달 위주 전략(배달 플랫폼 업체)으로는 현재 배달노동자의 산업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플랫폼과 정부에 △인공지능 수락 거절에 따른 페널티 제도를 폐지하거나 명확한 기준을 공개할 것 △노동자의 근무조건 등과 관련된 데이터 및 알고리즘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할 것 △인공지능 실시간 배달료 정책을 폐지할 것 △실거리 등을 고려해 배달 시간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꿀 것 △배달 속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소비자 평점 및 리뷰제도를 폐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