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생과방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ㄱ씨 제공
“이번에 생과방을 3번 정도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진짜 무슨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라도 찾아온 듯 갑질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몰리고 오래 기다리고 덥고 하는 것들이 직원분들의 잘못은 아닐 텐데….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을 새삼 느끼는 시간인듯싶어요.”
지난 18일 경복궁 ‘생과방’에 방문한 ㄱ(27)씨는 지난 29일 경복궁 생과방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글에 위생과 대기 시스템, 직원 불친절 등을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겼다가 생과방 공식 계정으로부터 이런 댓글을 받았다. 생과방은 경복궁 내에서 궁중 병과와 약차를 먹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유료로 운영되는 카페다. 문화재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고, 최근 인기가 많아 4∼5시간가량 대기해야 이용할 수 있다.
ㄱ씨는 생과방의 상반기 영업 마감을 알리는 게시글에 29일 낮 2시30분께 “하반기 운영 때는 위생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달라. 소반이 끈적거리고 주전자에 뭔가 붙어있고 지저분해 기대하고 갔는데 실망했다”는 댓글을 남겼다. ㄱ씨는 이어 대기 시스템과 직원의 불친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시간가량 뒤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공식 계정 댓글이 달렸는데, 그날 저녁 8시32분께 다시 공식 계정으로 ‘갑질’과 ‘어글리 코리안’을 언급한 댓글이 달렸다가 삭제됐다. 직원이 자신의 계정과 착각해 생과방을 찾은 다른 손님인 것처럼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복궁 생과방 홍보물. 한국문화재재단 누리집 갈무리
이에 문화재청 산하 기관이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개선을 바라는 방문객에게 관계자가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ㄱ씨는 <한겨레>에 “다시 영업을 시작할 때 아쉬웠던 점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댓글을 남겼는데, 일반 개인 카페도 아닌 곳에서 이런 말을 들어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생과방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다른 곳도 아니고 문화재청 산하 기관에서 어글리 코리안 운운하며 국민 모두를 비하했다니 충격적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생과방 공식 계정에 접근이 가능한 한국문화재재단 직원 3명·생과방 운영대행사 직원 6명에 대해 조사를 마쳤으나 현재로써는 댓글을 단 직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조사해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필요하면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겠다”라며 “공식 계정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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