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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럴 수도 있었다 “구의역 김군 원청업체에 벌금 15억원을 선고한다”

등록 2021-07-01 16:41수정 2021-07-02 02:47

지난 5월 발의된 중대재해법 개정안 통과 가정한 모의재판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군 사건’ 모의 법정에서 검사(배우 방중현씨)가 증인 김군의 동료(배우 조석준씨)를 신문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군 사건’ 모의 법정에서 검사(배우 방중현씨)가 증인 김군의 동료(배우 조석준씨)를 신문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피고인 엠(M)사는 스크린도어 관리업무를 위탁한 원청업체로서 최종적인 안전책임을 부담한다는 점, 용역계약으로 위탁업체에 그 책임을 전가하며 담당 업체의 안전조치 이행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그로 인해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습니다.”

선고 이유를 읽은 재판장은 곧 원청업체인 엠사에 벌금 15억원, 엠사 대표 피고인 ○○○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피(P)사에는 벌금 8억원, 피사 대표 △△△에게는 징역 1년, 벌금 5천만원의 실형을 선고했다.

선고는 실제 재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 1일 오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이수진·최기상 의원의 주최로 열린 모의재판의 결과다. 중대재해법이 있었다면 책임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지 따져보고 중대재해법의 필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이날 재판은 지난 5월 이탄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 개정안은 중대재해 발생 시 법인과 경영책임자에게 최소 1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과, 시민·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민양형위원회’가 형량 결정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유가족 김지현씨 등도 재판을 참관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대역 배우’로 참여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숨진 구의역 김군 사건의 ‘실제 재판’에서 원청업체 서울메트로 대표에게는 벌금 1천만원, 서울메트로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하청업체인 은성피에스디(PSD)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이날 검찰은 김군의 회사 동료, 원청업체 엠사의 전산사업소장, 감사원 감사팀장, 서울시의원,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모두 배우) 등을 증인으로 불러 피사의 안전 관리 지침, 피사의 업무 현황 등을 신문했다. 공판 검사 역할을 맡은 배우 방중현씨는 “구의역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재였다. 기업의 맹목적 비용 절감에 따른 예견된 참사였다. 잘못된 관행이 난무했다. 피고인들은 중대재해법 4조를 위반했다”며 원청업체 엠사에 벌금 30억원, 대표 ○○○에게 징역 2년, 벌금 2억원을 하청업체 피사에 벌금 3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중대재해법 개정안에 따라 재판을 참관한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8명의 국민양형위원회는 재판장, 배석판사 2명과 함께 평의를 거쳐, 이날 양형을 결정했다. 재판장을 맡은 박시환 전 대법관은 “양형위원들이 직접적인 책임을 하청에 더 무겁게 물어 실형이 나왔고, 원청과 하청 간 재산 차이를 감안해 벌금 액수는 원청업체와 대표에 크게 물은 것”이라며 “재판부는 많은 의견을 내지 않고, 양형위원들의 ‘평균값을 내자’는 생각으로 양형을 논의했다. 실형까지는 생각못했는데, ‘3년 실형’까지 적은 위원도 있었다. 시민들의 기준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고 양형 평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모의재판을 참관한 김미숙 대표는 “벌금 몇푼만 내면 되는데 기업들이 뭐하려고 안전 예산을 짜겠는가? 이런 구조가 잘못돼 있다. 법조계, 정치계, 기업에 있는 분들도 자기 자식이 안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죽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유족인 김지현씨도 모의재판을 마치고 “회사의 재정보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라고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은 “형량 배심제(국민양형위원회)가 우려와 달리 시민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서 법조인도 수용가능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 이번 모의재판의 성과”라며 “또 피해자 유가족들이 재판에서 소외돼 왔는데, 모의재판에선 배심원들이 유가족들을 간접적으로 대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군 사건’ 모의 법정에서 검사(이탄희 의원실 김혜진 비서)가 증인 감사원 감사팀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동민씨)를 신문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산재시민법정 1호 구의역 김군 사건’ 모의 법정에서 검사(이탄희 의원실 김혜진 비서)가 증인 감사원 감사팀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동민씨)를 신문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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