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을 왜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 시내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ㄱ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6개월 동안 느낀 점을 묻자 불만을 쏟아냈다. ㄱ변호사는 “경찰이 일차적으로 사건 종결권을 가졌다고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불송치하고도 검찰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경찰도 많아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땐 불기소 이유서를 떼서 보면서 납득할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경찰이 불송치를 하면 이유가 설명돼 있지 않아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1월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바뀐 형사소송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고소·고발·진정을 제기하는 시민들과 변호사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도 업무량과 책임 증가로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수사인력 증원과 일선 수사 경찰의 수사능력을 높여 문제를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새 제도가 연착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경찰들이 일차적인 사건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책임감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책임지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은 긍정평가를 하고 있다. 이수연 변호사(큰길 공동법률사무소)는 “주로 성범죄 등 형사사건 피해자 법률 조력을 맡는데 (경찰이) 예전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고 수사를 열심히 하려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경찰의 송치 이후)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서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사건 처리시간이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수사로 인한 사건처리의 지연뿐만 아니라 경찰이 불송치 고지를 잘 해주지 않고,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사건을 경찰이 송치하지 않고 자체종결하면 알려줘야 하는데 불송치 이유서에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죄가 안되니 송치하지 않는다’는 식이다”며 “경찰에서 고소·고발장을 받고 반려하는 일도 있는데 무성의하게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다른 새로운 형사소송 체계 시행 이후 초기에는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혼란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개편된 제도가 안착하고 있다고 밝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6일 ‘검경수사권 조정 6개월’ 자체 평가 자료를 공개하고 제도 시행 초기 사건 처리 건수가 지난해보다 저조했지만 점점 정상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수본이 공개한 월별 사건 처리 건수를 보면 1월엔 13만 2430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사건 처리 건수가 65%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20만 7764건(97.4%)을 처리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수본은 “변호사 채용 규모를 (연간) 20명에서 40명으로 늘리고, 신임 경찰 간부 수사부서 배치 기간을 늘리는 등 수사지휘자 양성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경찰 수사의 전문성을 더욱 높여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무량 증가 등으로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경찰들의 사기가 저하돼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최근 수사과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과중한 업무에 지쳐 다음 인사 때 대거 탈출하겠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보안과나 자치경찰 쪽으로 가고 싶다는 경찰관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한 경찰서에선 수사과 경제팀은 인원의 60∼70%가 (타부서 전보 요청으로) 바뀐 데도 있다고 들었다”며 “경찰청에서는 안착이 됐다고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선 보다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다 파격적인 인사 혜택이 없으면 수사부서 기피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는 “고소·고발이 많은 한국에서 경찰이 종결권을 갖게 됨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측면이 있다”며 “국가수사본부를(경찰청장 지휘에서) 완전히 분리시키는 등 독립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수사 경찰의 전문성을 높여나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재호 이우연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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