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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곰 탈출 사고, 다 이유 있었네

등록 2021-07-07 17:36수정 2021-07-13 17:37

탈출 2시간만에 사살된 곰…일부 농장주 ‘배째라식’ 사육
2000년대에만 ‘곰 탈출’ 20건 발생…반달곰 증식 불법에도 5년 새 36건 적발
웅담 등 팔아 얻는 수익 비하면 벌금 ‘새발의 피’…사살 위주 포획도 우려
경기도의 한 곰 농장에서 새끼 반달가슴곰이 철창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녹색연합 제공
경기도의 한 곰 농장에서 새끼 반달가슴곰이 철창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녹색연합 제공

6일 오전 경기 용인시 주민들의 휴대전화에 갑자기 ‘곰 탈출’이라고 쓰인 안전재난문자가 날아왔다.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한 농장에서 사육곰이 탈출했으니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농장에서 탈출한 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인 반달가슴곰 두 마리로, 3살 수컷 한 마리는 2시간여 만에 농장 주변에서 사살됐고 다른 한 마리는 7일 오후 현재까지 용인시가 포수를 동원해 쫓고 있다. 잊을 만 하면 곰 탈출 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일부 농장이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불법으로 곰을 번식하고, 정부는 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구조적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녹색연합의 집계를 보면, 2000년 이후 전국의 곰 탈출 사고는 이번 용인시 사례를 포함해 모두 20건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 5월 울산 울주군에서 암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탈출한 데 이어 두 번째 사고다. 특히 이번 사고가 일어난 용인시 처인구의 ㄱ사육농장(농업법인)에서는 지난 2012, 2013년에도 곰이 달아나는 사고가 3차례 있었다. 한번은 등산객이 다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반복되는 곰 탈출 사고의 배경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곰을 불법으로 번식시키는 일부 사육농장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곰을 기르는 것은 가능하지만, 증식시키는 행위는 불법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이후 전국에서 36마리의 새끼곰이 농장에서 불법 증식됐다. 그중 35마리가 ㄱ사육농장이 웅담 채취 등의 목적으로 번식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지난해 수도권의 곰 사육농장 두 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10마리 정도의 새끼곰을 확인됐다. 반달가슴곰의 번식 주기가 긴 편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이 증식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동물단체들은 곰 불법 증식이 동물권 침해라고도 주장한다. 단체들은 현재 국내 농장에서 웅담채취용 등으로 사육되는 곰들은 대부분 바닥이 땅에서 30cm 정도 떠 있는 형태의 철장인 ‘뜬장’에서 길러진다고 전했다. 분변이 우리 아래로 떨어져 사육자가 철창 안을 치우는 수고를 덜도록 하는 구조다. 사육곰은 도살되기 전까지는 흙바닥도 밟지 못한 채 평생 악취 나는 우리에 갇혀 지내는 것이다.

박은정 녹색연합 녹색생명팀장은 “최근 5년간 불법 증식된 새끼곰 36마리 중 7마리는 불결한 사육환경 속에서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한 곰들이 우리를 탈출해 사살되거나 질병에 걸려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포획 작업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마취총을 이용한 생포 대신 사살을 선호해 탈출한 곰이 보호시설 등으로 향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2000년 이후 탈출한 사육곰 22마리 중 8마리가 엽총에 사살됐고 14마리는 포획돼 농장주에게 돌아갔다.

환경·동물 단체들은 환경부와 사법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농가의 불법증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야생생물보호법상 멸종위기종을 증식하다가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환경부의 고발에도 대부분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만 나온다. 최근 법이 개정돼 8월부터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되지만, 곰 한 마리에서 나오는 웅담만 2천만 원 이상에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이 ‘새발의 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ㄱ사육농장의 경우 2016년 이후 매년 4차례 이상 지도점검을 벌여 곰 불법증식 등의 혐의로 10차례 이상 고발했지만, 재판에서 징역형이 나온 적은 없고 수백만 원의 벌금형만 나왔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불법 사육된 곰을 몰수하는 등의 조처로 곰 사육 산업을 축소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녹색연합은 6일 성명서를 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불법 증식·사육곰 산업 종식에 대한 환경부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정부 주도로 전남 구례군에 조성 중인 (몰수된 곰 수용을 위한) 보호시설 건립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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