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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대 무역센터점 보고도…2㎞ 옆 한섬 ‘패션 세일행사’ 나오래요

등록 2021-07-08 16:01수정 2021-07-09 01:25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 직원 80여명 투입
서울무역전시장서 오늘부터 나흘 대규모 행사
직원들 “코로나 절정에 인파 섞이게 돼” 반발
회사 “불황 길어져 강행…직원 안전 힘쓸 것”
8일 오전 서울 강남 세택에서 열린 한섬 패밀리데이 행사가 열려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일 오전 서울 강남 세택에서 열린 한섬 패밀리데이 행사가 열려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내일(8일)부터 대치동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이 ‘한섬패밀리세일’을 진행합니다. 직원 여러분의 열성적인 도움을 부탁합니다.”

7일 오전 현대백화점 계열 패션회사인 한섬 사무실은 영업본부장이 내근직 직원들에게 돌린 문자메시지 한 통에 술렁였다. 주말을 낀 나흘 동안 회사의 대형 세일 행사가 열리니 영업과 무관한 부서원들도 행사장에 나와 진행을 도우라고 요청한 것이다. 직원들은 “코로나19 하루 신규확진자가 역대 최대를 갱신하는 마당에 회사가 주말 행사에까지 ‘동원령’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섬패밀리세일은 8일 오전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매년 여름 여는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한 행사다. 유명 브랜드 의류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인기 행사’라고 중기부는 홍보해왔다. 한섬은 이 행사를 재고품을 정리하고 매출을 끌어올릴 기회로 여겨 매년 마케팅·인사 등 일반직 부서 직원들까지 투입해 진행했다. 한섬 직원 ㄱ씨는 “생산직 등 일부 직군만 차출에서 빠졌을 뿐 올해도 회사 전체가 거의 총동원돼 행사를 치른다”고 전했다.

행사에 투입된 직원들은 의류박스 품목별 분류, 옷 개기, 행사장 안내 등을 하며 손님들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일반직 80명 정도가 행사 기간 나흘 중 하루나 이틀씩 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하루 50명 안팎이었던 지난해 7월 행사 때와 달리 올해 행사는 1천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시점에 열리는 것이다. 최근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60명 이상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직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직원 ㄴ씨는 “영업부서에서 대규모 지원을 요구했다는 소문에 동료들 누구도 가고 싶지 않아 했지만, 희생정신이 없다고 찍힐 게 염려돼 아무도 ‘못 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임산부를 빼고는 재택근무도 못 하고 있어 불안했는데 주말도 반납하고 수천 명 인파에 섞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사내 공식 공지도 없이 강압에 의해 나가야 한다는 게 서럽다”, “팀장들은 왜 안 가냐” 등 한섬 직원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 세택에서 열린 한섬 패밀리데이 행사가 열려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일 오전 서울 강남 세택에서 열린 한섬 패밀리데이 행사가 열려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일부 직원들은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에 ‘패밀리세일을 집합금지 조치 위반으로 신고한다’는 내용의 청원도 올렸다. 게시자는 “밀폐된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진은 직원들을 억지로 지원 나가게 하고 있는데 직원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행사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니 행사 진행이 불가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섬은 유통업계 불황이 길어져 이번 세일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영업본부장은 7일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시점에서 이렇게 행사를 진행해 죄송한 마음이다”면서도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회사도 100%는 아니지만 고객 뿐 아니라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중기부가 일정을 조정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명대로 급증한 이달 초 이후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미룰 만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서울무역전시장의 자체 방역수칙과 현대백화점그룹이 마련한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기부도 행사에 앞서 한섬과의 회의를 통해 방역을 각별히 신경 써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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