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생태행동이 11일 서울 종로구 누구나 스터디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들에게 동물 학대 처벌 강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 노동자 갑질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청소년생태행동 제공
“저보다 어린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 북극곰이 상상 속의 동물이 되지 않게,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 미래에도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최윤서·18살)
“얼마 전 300㎏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작고한 이선호씨를 아십니까? 이러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기업의 무책임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원·16살)
청소년들이 동물 학대 처벌 강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 노동자 갑질 문제 해결 등 동물권·기후·노동 분야의 요구사항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청소년생태행동은 11일 서울 종로구 누구나 스터디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7일까지 청소년 21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권·기후·노동문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세개 분야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 10개씩을 제시하고 보다 시급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를 고르도록 설계됐다.
조사 결과 동물권 분야에서는 ‘동물학대범 처벌수위 강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 입양절차 강화(13%), 강아지 공장 전수조사 및 처벌(12%), 동물실험 금지(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현재 동물학대범에 대한 법적 처벌은 미미하다”며 “특별한 절차 없이 누구나 돈만 내면 동물을 살 수 있다 보니 동물을 존중해야 하는 생명체가 아닌 사고파는 물건이라 생각하고, 쉽게 유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분야에서는 응답자의 28%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 요구’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이어 쓰레기 규제 법안 마련(17%), 야생동물 터 개발금지(10%), 대기업 일회용 비닐 엄격 규제(9%) 순으로 심각하다고 청소년들은 보고 있었다. “오염수 방류는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철회시킬 수 있는 힘 있는 정부를 원한다”고 밝혔다.
노동 분야에서는 청소년 응답자의 23%가 노동자를 향한 갑질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고졸 일자리 보장(15%), 청소년노동보호법 제정·고등학교 노동인권 교육 필수 진행(14%),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마련(14%) 등도 중요한 의제로 꼽혔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최희석씨가 ‘입주민 갑질’로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크게 분노했지만, 아직 분노와 공감 이외의 해결책은 없다”며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갑질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소년생태행동은 “청소년들은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공존할 수 있는 조화로운 생태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며 “대선 후보들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