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1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이후 내렸던 권고를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이 모두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12일 제13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서울시와 여가부, 경찰청 등 피 권고기관들이 회신한 권고 이행계획을 검토한 결과 피 권고기관들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앞서 지난 1월25일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인권위에 보낸 권고 이행계획안에서 “피해자 의사를 반영해 피해자가 안전하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2차 가해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지하고, 외부 온라인 악성댓글 삭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 피해 방지 규칙’을 제정하고, 부서장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이행하지 않으면 승진 제한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비서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비서 업무를 공적 업무에 국한하고, 업무 분장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이 서울시 권고 이행계획안에 담겼다.
여가부는 인권위가 공공기관 종사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이수 점검 강화 등을 권고한 데 대해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그 명단을 공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또 공공부문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기관장 사건이 접수되면 피해자 의사를 고려해 신속히 인권위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지자체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정보경찰이 개입하지 않도록 명확한 업무 범위를 설정하라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지난 4월5일~6월18일 전국 18개청의 정보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직무의 기본 원칙에 대해 교육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권고와 별개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지자체장의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율규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는데, 협의회도 이를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 제고와 자정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향후 피 권고기관들의 권고 이행계획에 대해 실제 이행 여부 및 제도정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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