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추진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처럼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와 공권력 남용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안으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된다. 법률 지식이 부족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의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공단 운영 주체로 나서 피의자의 변호인 관리까지 맡는 셈이어서 적절성과 공단 독립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올해 핵심 과제로 선정해 연내 도입을 추진해왔다.
입법 예고된 내용을 보면,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가 대폭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 재판 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받을 때부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상은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를 받은 피의자로 미성년자나 70살 이상, 청각·시각장애인,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이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나라 슈퍼 사건’ 등의 사례와 같은 무고한 사법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 사건 모두 수사기관의 폭행·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 행위로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봤다.
이를 위해 국선변호인 선임을 전담하는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하기로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법무부가 예산 편성, 집행 등 공단 운영 부분을 지도·감독하고, 공단이 별도로 꾸린 이사회에 변호인 선임 등 전권을 줘 공단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이나 변호인 선임 등에 지시·명령을 할 수 없게 하는 안 등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이 변론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형사사건 피의자의 국선변호인 선임을 전담하는 공단을 운영하는 것이 변호인 선임과 변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 단계에서 변호를 맡는 국선변호인의 경우,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규칙인 형사소송규칙 등에 근거해 법원이 주관하고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공단을 법무부 영향 아래 둘 경우, 공단이 선임한 국선변호인이 법무부가 관할하는 검찰에 맞서 변론을 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공단 이사회에도 법무부 인사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예산 지원만 하고, 운영은 법무부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법률 단체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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