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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K-방역’ 주역 의료진들 “영광은 없고 상처와 고독만 남았다”

등록 2021-07-15 17:06수정 2021-07-16 02:41

<코로나와 싸운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 수기집 보니
스트레스·중압감 시달려, ‘나는 감정 쓰레기통인가’ 자조도
주변사람들에게 ‘감염원’ 낙인도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 얼굴에 땀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파리공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 얼굴에 땀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인력과 장비, 물품 등 기본적인 지원을 못 받은 채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였고, 사명감 하나로 두 해 가까이 방호복을 입고 격리 구역에서 8시간 동안 소변과 대변도 못 보면서 중환자들과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선제격리실에서 근무하는 우리에게 영예와 영광은 없고 상처와 고독만 남아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 간호사 ㄱ씨)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웠던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 의료인이 남긴 기록이다. 노조는 지난 13일 <코로나와 싸운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이란 제목의 수기집을 발간해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의 노고와 애환을 25개의 글로 엮었다.

15일 살펴본 수기집에는 막중한 업무량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을 시달리는 의료진들의 분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국대학교의료원 중환자실에서만 22년째 근무한 간호사 김현정씨는 “4종 보호구(가운, 마스크, 고글, 장갑)를 착용하고 문 닫힌 공간에서 수없이 많은 기구를 다루고 환자를 간호하다 보면 고글 안에 습기가 차고 땀이 흘러 매우 힘들다. 마스크로 인해 숨이 찬 상황, 식사시간이 됐지만 갈 수 없는 환자의 응급상황 등 코로나 환자를 간호하는 현장 상황은 보여지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고 했다. 부산대학교병원 소독간호사 심보화씨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이 의심된다는 전화를 받아 수술 중이던 방의 의료진이 모두 격리되는 일도 있었고, 의료기기업체의 납품을 받기 위해 5분 남짓 만난 업체 직원이 확진자였다는 연락을 받아 수술실 간호사가 자가격리되는 일도 있었다”며 “우리는 처음 겪어보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의 노출에 신체적·정신적으로 너무나 큰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14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특보가 내려진 14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폭언에도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지방의료원 간호사 ㄴ씨는 “코로나 검사 시행 뒤 음성이 나오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음압 격리병동에서 간호사를 밀치고 나와 간호사실을 향해 삿대질과 폭언을 한 환자도 있었다. 혈액투석이 필요한 자가격리 환자는 ‘CCTV로 나를 감시하냐, 집에 가겠다’며 매번 간호사에게 폭언을 한 사례도 있었다”며 “근무 중 갑자기 폭언을 들으면 ‘내가 이 사람들 감정 쓰레기통이 되려고 여기 서 있나’하는 마음이 들어 숙소에 돌아가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잠들 때도 있었다”고 적었다.

주변으로부터 위험한 ‘감염원’으로 낙인 찍히는 현실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도 토로했다. 간호사 ㄱ씨는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의료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계단으로 다니라는 말을 들었다는 동료 간호사, 엄마가 의료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동료 간호사의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공병원 소속 한 의료 노동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이 되며 사직한 전문의의 수가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고, 현재는 아예 공석인 진료과목도 있다. 빈약한 현 임금 수준과 코로나 환자만 봐야 하는 상황이 장기전으로 이어져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고 짚으며 “전담병원의 첫 1년은 일반 환자를 1명도 받지 못해 병원의 절대적 수익이 감소했지만 기존 인건비는 그대로 지출하게 돼 훨씬 더 (심한) 적자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일한 ㄷ씨는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응급실 격리구역에 입실하지 못하면 병원 건물 밖에 대기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대기시켰다가 나 때문에 나빠지진 않을까, 응급실로 입실시켰다가 ‘코로나19 양성이 나오면 어떡하냐’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간절함은 하나의 바람으로 모인다.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공공의료 시스템 확충과 충분한 의료인력 충원으로 무너질 수 있는 의료체계를 바로잡았으면 한다.”(응급실 간호사 ㄷ씨)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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