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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별점 때문에 힘드시죠” 리뷰 조작 유혹하는 광고업체

등록 2021-07-18 16:11수정 2021-07-19 02:10

홍보효과 떨어지고, 자영업자는 속앓이
“리뷰가 매출과 직결…플랫폼이 리뷰 영향력 줄여야”
지난 13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 조치인 시간에 따른 식당 손님 수용 인원수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 조치인 시간에 따른 식당 손님 수용 인원수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은 다 블로그 홍보나 별점, 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요. 별점이나 후기가 좋아야 사람들이 찾으니까, 업체를 통해서라도 관리를 해야 하나 항상 고민했어요.”

경기도 평택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홍아무개(28)씨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광고대행업체에 170만원을 결제했다. 업체 담당자가 여러 차례 연락해 “업체를 통해 홍보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홍씨를 설득했다. 하지만 업체가 홍보성으로 작성한 블로그 후기 글은 홍씨의 카페에서 판매하지도 않는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언급하는 등 부실했고, 실제 홍보 효과는 없었다. 업체는 손님이 남기고 간 영수증을 주면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좋게 써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는 가게를 방문한 영수증을 인증받아 별점을 매기고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홍씨는 “리뷰 조작은 꺼려져 (광고대행업체 이용을)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출 상승을 보장해주겠다’는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들을 이용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의 부실한 홍보와 리뷰 조작 제안에 속앓이하고 있다.

18일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들을 이용한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돈을 주고 계약하지만 실제 가게와 다른 설명이 올라오는 등 홍보가 부실하고, 환불을 요청해도 위약금 핑계로 소액만 돌려주거나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일부 광고대행업체는 자영업자에게 리뷰 조작을 제안해 위법에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광고 효과를 못 봐 환불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 광고대행업체가 리뷰 조작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전북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장아무개(30)씨는 지난 1월 광고대행업체에 132만원을 결제했다가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자 업체 쪽은 “리뷰 관리가 힘들지 않냐”며 “환불 대신 배달의민족 리뷰와 네이버 영수증 리뷰 30건을 좋은 내용으로 조작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장씨는 “평소 배달 앱과 네이버 리뷰에 따라 주문량이 좌우돼 리뷰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며 “결국 거절했지만, ‘다른 사람은 다 이런 식으로 리뷰를 관리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됐다”고 털어놨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 인증 화면. 네이버 갈무리
네이버 영수증 리뷰 인증 화면. 네이버 갈무리

정작 광고대행업체가 작성한 허위 리뷰가 실제 가게 정보와 달라 손해를 봤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34)씨는 지난해 10월 170만원을 내고 광고대행업체와 계약했다. 김씨는 “리뷰를 좋게 써놓으면 손님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업체 설명에 허위 리뷰에 쓰일 영수증 10개를 건넸다. 하지만 김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포장 전문인데, 업체가 작성한 허위 리뷰에 ‘매장 내에서 먹었다’는 내용이 담겨 오히려 다른 손님에게 ‘왜 후기와 다르게 매장 영업을 안 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업체에서 허위 리뷰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했다. 그러나 효과를 보기는커녕 난처해졌다”고 털어놨다.

경북의 한 도시에서 실내 공간 없는 야외 카페를 운영하는 조아무개(28)씨도 “허위 리뷰에 ‘실내 공간이 좋다’는 표현이 있어 오히려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3월 132만원을 내고 광고대행업체와 계약했는데, 업체에서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와 혼동해 리뷰 조작에 모르고 참여했다고 한다. 조씨는 “업체에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광고임을 밝히고 쓰는 네이버 블로그 후기에 사용할 영수증을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업체가 리뷰 조작에 영수증을 사용했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 리뷰를 보고 찾아오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위법 행위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허위 리뷰를 작성하면 광고대행업체뿐 아니라 이에 가담한 자영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서치원 변호사는 “허위 리뷰를 작성한 광고대행업체는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의 서비스를 방해했으므로 업무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이를 도운 자영업자도 공범 내지는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배달·예약 플랫폼이 리뷰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현재는 별점이나 리뷰가 매장의 매출과 직결된다. 단순 처벌만으로는 리뷰 조작을 제안하는 광고업체나 이에 참여하는 자영업자를 막기 어렵다”며 “재주문·재방문율 등 리뷰를 보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네이버는 내년 초 별점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가성비가 좋다’, ‘매장이 청결하다’ 등 키워드를 선택해 식당·카페를 평가하는 ‘키워드 리뷰’를 도입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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