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정 앞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조일원화’ 개정 법안을 놓고 법원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법조일원화란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력자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제도다. 판사 인력 수급을 위해 경력 하한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우세한 가운데, 어렵게 물꼬를 튼 법원 개혁을 다시 뒤로 돌리는 조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5일 법안소위를 열어 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한다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 전 법에 따르면 올해까지는 5년 경력자 중에 법관을 선발하고, 내년부터는 법조 경력 기준을 최소 7년 이상으로,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 경력 기준선이 높아지면서 새로 임용되는 판사 숫자가 줄고 있다’는 법원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당 의원들이 ‘원활한 판사 인력 확보 및 신속한 재판을 위해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조일원화 시행 뒤 법원 안에서는 “10년은커녕 7년 기준으로도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법원 법관임용 통계를 보면, 법조 경력 요건이 3년이었던 2013~2017년에는 한해 평균 113.4명이 신규 임용됐지만 5년으로 요건이 강화된 2018년, 2019년에는 각각 39명, 82명으로 한해 평균 60.5명이 새로 임용됐다. 이 중 10년 이상 경력자인 법관은 전 기간을 통틀어 10%도 되지 않았다. 한 고위법관은 “10년 차 변호사면 로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것이고 돈도 (판사보다) 더 많이 벌 텐데 신규판사로 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경력 7년인 한 변호사도 “가족이 서울에 있는데, 판사 임용 시 지방근무를 해야 하는 게 걸려서 법관 지원을 고려해보지 않았다. 경력이 많은 변호사들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가 나서 경력 기준을 단축하는 건 법조일원화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법조일원화는 법원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 국민과 동떨어진 판결 등이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경험 없는 젊은 법조인들을 성적순으로 선발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입된 제도다. 10년 이상 일한 법조인이 판사가 되면 부장판사의 판단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고, 법원 외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판결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력 기준을 낮춰버리면 애초 개혁 취지를 되돌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16일 “판사 임용 최저기준으로 10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것은 신임법관이 부장판사로부터 도제식으로 가르침을 받아 수동적이고 정형화된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법조 경험을 통해 형성한 가치,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으로 독립적 규범적 판단 주체가 되어 판결과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가 제대로 시행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필수 경력을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법조일원화로 도모하고자 했던 여러 개혁도 함께 힘을 잃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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