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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변압기 용량 초과로 잠시 후…” 노후아파트, 날마다 ‘정전 주의보’

등록 2021-07-26 16:26수정 2021-07-26 17:40

야간 에어컨사용 등 몰리며 아파트 잇단 ‘정전’
110V 변압기 쓰는 노후 단지들 특히 취약
정전으로 불이 꺼진 아파트단지. <한겨레> 자료사진
정전으로 불이 꺼진 아파트단지. <한겨레> 자료사진

“잠시 뒤인 저녁 8시40분부터 폭염으로 인한 변압기 점검으로 인해 한 시간 동안 정전될 예정이오니 주민들께서는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4일 밤 서울 동작구 사당동 ㄱ아파트 주민 ㄴ씨는 갑작스러운 아파트 관리실의 정전 안내 방송을 들었다. 열대야 탓에 에어컨을 틀고 올림픽 탁구 경기를 보던 그는 가족들과 함께 부랴부랴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주차장은 이미 안내 방송들 듣고 나온 단지 주민들로 북적였다. 잠시 뒤 등화관제 훈련을 하듯 모든 집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아파트는 지난 1993년 준공했다. ㄴ씨는 “예고도 없이 정전 10여분을 앞두고 안내 방송이 나와 놀랐다. 작년 여름만 해도 이런 상황이 없었다”며 “에어컨이 나오는 동네 슈퍼나 주변 대형마트로 주민들이 몰려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밤에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변압기 과부하로 인한 아파트 정전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밤에도 서울·인천·경기·부산 등 전국 곳곳 아파트에서 정전으로 전기공급이 몇시간 끊겼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특정 시간에 에어컨을 틀지 말자고 독려하거나 층별로 ‘에어컨 홀짝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전 사태에 특히 취약한 곳은 지어진 지 40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들이다. 가정용 전력의 전압은 110V에서 220V로 1973년부터 순차적으로 승압됐는데 과거에 지은 노후아파트의 경우 집마다 변압기가 설치된 경우가 많다. 가구 내 전력 사용량이 변압기 용량을 초과하면 온 집안 전력이 끊기는 일이 생긴다. 110V 변압기는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복구에 하루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준공한 지 40년 된 서울 서초구 ㄷ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ㄹ씨 가족은 얼마 전 에어컨과 전열기 등의 전자제품들을 동시에 켜는 ‘실수’를 했다가 ‘전력 셧다운’을 겪었다. ㄹ씨가 퇴근 후 거실 에어컨을 키고 세탁기를 돌린 채로 티브이를 보던 중, ㄹ씨의 아들이 헤어드라이어를 켜면서 전기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한 변압기가 멎어버린 것이다. ㄹ씨는 “집안 내 셧다운을 한 번 경험해보니 이후엔 좀 덥더라도 에어컨 온도를 내리는 게 조심스럽고, 인덕션이나 노트북 등을 켤 때마다 다른 가전제품을 사용 중이진 않은지 살펴보게 된다. ‘여름 지옥’이 따로 없다”고 답답해했다.

잇단 정전에 일부 단지에서는 관리사무소가 ‘에어컨 홀짝제 캠페인’을 벌이는 등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홀수 층은 홀수 시간대에, 짝수 층은 짝수 시간대에 에어컨을 틀어 1시간 간격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ㄹ아파트 관리사무소 역시 26일 단지 내 게시판에 안내문을 붙여 ‘주거용 전력사용이 급증하는 저녁 8시~자정 사이에는 에어컨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주민들에 호소했다.

서울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야간 당직 대기 인력을 평소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관리사무소도 정전 걱정에 노심초사다”라며 “전력 사용량이 계속 늘면 전기시설의 큰 고장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갑자기 전력을 차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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