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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유족 반발…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

등록 2021-07-26 16:49수정 2021-07-27 02:17

26일 철거 시한…유족들 요청·정치권 중재에
서울시, 하루 철거 유예
유족 서울시의회 임시 이전 결정
추후 공간 마련은 논의해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세월호 기억공간 입구에서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왼쪽)이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에게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세월호 기억공간 입구에서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왼쪽)이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에게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아이들 같은 불행은 다시 없어야 하잖아요.”

2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따가운 햇볕과 폭염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예정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작업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가 유족들의 반발에 하루 유예하기로 했다. 결국 이날 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4·16연대와 서울시의회는 회의를 갖고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추모공간인 ‘세월호 기억공간’을 광장 재구조화 공사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서울 중구 서소문동)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유족들은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은 광화문광장처럼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유족들이 아이를 보내고 나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화문광장처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곳에서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기억공간이 있는 것은 경기 안산에 설치될 ‘4·16 생명안전공원’에 있는 것과는 다른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도 말한다. 서울시는 철거 뒤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해 서울기록원에 보관해뒀다가 4·16 생명안전공원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시작한 곳일 뿐 아니라 기억공간이 생긴 뒤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세월호를 기억하고 소통했던 공간”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안산의 공원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철거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가 오후 철거작업을 하루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27일 오전까지 기억공간 철거를 일시유예해달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오전 7시20분께 기억공간을 찾아 기억공간 철거 협조공문을 전달하고 유족들을 면담하려고 했지만, 유족 쪽이 이를 거부해 공문 요지를 구두로 전했다. 김 과장은 오전 11시께 재차 기억공간을 방문해 “오늘이 철거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에 이해와 설득을 통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유가족과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처럼 열린 공간에 기억공간을 설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광화문 광장에 기억공간의 의미를 담는 방안 등을 논의하자고 서울시에 요구하면서 무기한 농성을 벌였다.

26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 국회와 시의회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해 유족과 서울시 사이를 중재했다. 결국 이날 밤 10시께 유족들은 회의를 거친 뒤 의회 공간 일부를 추모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서울시의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만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끝난 이후 세월호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올지 여부 등은 이날 논의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광장 재구조화를 주관하는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족과의 회의에 참석한 한 서울시의회 의원은 “우선 임시 공간으로 추모공간을 옮긴다는 방안만 확정했고, 향후 추모공간을 어디에 둘지에 대해서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추모공간 내부의 단원고 학생들의 유품과 유가족 물품 등은 27일 오전부터 유가족들이 직접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억공간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인근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울시의 결정을 비판했다. 최경숙(48)씨는 “광화문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기억공간에 들러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곤 했다”며 “세월호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혀지기 쉽기 때문에 광화문에 계속 있어야 한다.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 유물처럼 묻어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은욱(46)씨도 “세월호는 국민 전체가 아팠고 문제의식을 느꼈던 사건”이라며 “기억공간을 이전하려는 것은 세월호를 특정 지역만의 문제로 축소하고 한쪽으로 치우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 성향 유튜버 등도 기억공간 인근에 모였다. 일부는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거나 기억공간 출입을 제지하는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과 유족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기억공간 주위 출입을 통제했다.

서울시가 예정된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작업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인근에 기억공간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시가 예정된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작업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인근에 기억공간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윤주 이승욱 천호성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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