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부장교사 보직에 남성 교사만 임명한 한 사립중학교의 인사 관행이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7일 사립 남자 중학교인 ㄱ중학교가 29년간 여성 교사를 부장 보직에서 배제한 것은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ㄱ중학교 교장에게 부장 임명 시 성비를 고려하고 인사위원회 등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여성 교사 참여를 확대하는 등 성차별적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진정인은 ㄱ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여성 교사로 “30년이 넘는 교사 경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영의 집행부인 소위 ‘부장' 보직을 받은 적 없으며 본인뿐 아니라 여성 교사는 부장이 된 적 없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2019년 ㄱ중·고교 미주동문행사에 초청됐지만 학교 쪽이 (여성이라서 방을 따로 잡아야 하니)숙박비를 따로 물어야 한다는 등 이유로 처음에 난색을 보인 데 대해서도 “여성 교사의 참여를 배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언급했다.
ㄱ중학교는 “고연령층의 남성 교사가 많았던 시기에는 여성 교사의 경력이 짧아 부장교사를 맡을 수 없었다”며 “부장 보직은 승진의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자리여서 요즘 교사들이 부장 보직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 교사에게 부장 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ㄱ중학교는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 교사를 부장 보직에 임명하지 않다가 진정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올해 처음으로 여성 교사 2명을 부장 보직에 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ㄱ중학교가 2020년까지 여성 교사를 부장 보직에서 배제하고, 여성 교사들보다 부임 시기가 늦은 남성 교사를 부장 보직에 임명한 점 등을 볼 때 ㄱ중학교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부장 보직은 승진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자리’라는 학교 쪽 주장에 대해서는 “부장 보직을 맡는다는 것은 학교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관리직으로 승진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여성 교사를 부장 보직에 임명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ㄱ중학교에서 오랜 기간 여성 교사들이 부장 보직에 임명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고용상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미주동문회 초청행사와 관련한 학교 쪽의 대응 역시 남성 중심적인 학교 운영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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