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유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디엘(DL·옛 대림)그룹 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53) 디엘(DL·옛 대림)그룹 회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디엘 법인은 벌금 5천만원, 글래드호텔앤리조트(옛 오라관광)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이 공정거래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회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회사들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1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은 디엘그룹의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GLAD) 상표권에 대해 자신과 장남 이동훈씨가 100% 지분을 소유한 가족 회사 에이플러스디(APD)가 출원·등록하게 하고, 2016년 1월~2018년 7월까지 브랜드 수수료 약 31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5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에이플러스디는 호텔 브랜드만 보유했을 뿐 브랜드 마케팅 서비스나 브랜드 스탠다드(호텔 시공 및 운영 과정에서 브랜드 사용 호텔이 준수해야 하는 기준)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글래드 상표권 수수료는 메리어트, 힐튼 등 유명 호텔 체인의 수수료에 견줄 만큼 과도하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에이플러스디가 오라관광에 실제 브랜드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음에도 이익을 수취한 점이 인정된다. 브랜드 수수료 관련해서도 에이플러스디가 글래드의 브랜드 스탠다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부분까지 모두 수수료가 지급됐다”고 판단했다. 수수료 책정에 대해서도 “신라스테이, 호텔신라의 관계 등에 비춰봐도 글래드의 브랜드 사용료는 정상가격보다 매우 컸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의 지위에 비춰 이 회장이 이러한 과정에 개입했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회장이 에이플러스디로부터 배당금 등 현실적인 이득을 취한 점이 보이지 않고, 본인과 아들의 지분을 모두 증여해 위법상태를 해소했다”는 점을 들어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디엘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 대해서는 이들이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각각 4억원, 7억3천만원을 낸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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