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될 마지막 대법관으로 지역·여성법관이냐, 아니면 학자 출신이냐를 놓고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이기택 대법관 후임 후보자로 손봉기(55·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하명호(52·22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경미(52·25기)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판사 등 3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법조계에서는 정통법관 출신인 손 부장판사와 오 고법판사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산 출신인 손 부장판사는 2019년 전국 최초로 시범 실시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서 대구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 지방법원 부장판사로는 처음으로 법원장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다른 지방법원장들보다 연수원 기수가 5~6기 낮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의 신임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주로 대구지역에서 근무한 지역법관으로, 지역 사회에서 신망과 평판이 높다고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박상옥 대법관 후임 후보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리기도했다. 다만 최근 임명된 천대엽(부산)·이흥구(경남 통영)·노태악(경남 창녕) 대법관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은 지역 안배 차원에서 그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 익산 출신인 오 고법판사는 법원 젠더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터뷰단’과 ‘재판다시돌아보기팀’에서 활동했다. 또 대법원 산하 커뮤니티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으로 당선되는 등 성범죄 분야 연구에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실무능력과 다양한 연구활동으로 실력은 물론 동료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높다는 평이다. 또 김 대법원장이 추진한 ‘대등재판부제도’ 정착에 기여하기도 했다.
최근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 대법관 후임 후보자 추천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최종 후보로 추천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 고법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대법원에는 박정화·민유숙·노정희 대법관 등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4명의 여성 대법관이 자리하게 된다. 다만 현 대법관 가운데 이흥구 대법관이 연수원 22기로 가장 낮은 기수인 점은, 보수적인 대법원 분위기상 3개 기수나 낮은 그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 출신인 하 교수는 10년간 판사로 일한 뒤 2007년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행정법·공법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국회 입법지원위원과 법조윤리협의회 전문위원, 중앙행정심판위원, 국민권익위 자문위원, 대검 징계위원 등을 맡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정통법관 출신인 이기택 대법관 후임으로 학자 출신인 하 교수가 자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통상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조율을 하는데, 문 정부 마지막 대법관 임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사회 평판이 좋고 법원장 출신인 손 부장판사와 동료들의 신망이 높고 실무와 연구능력 모두 인정받은 오 고법판사 2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후보 3명에 대한 주요 판결과 정보를 누리집에 공개하고 다음달 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8월 둘째 주께 이들 가운데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것으로 보인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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