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성관계 녹음 파일로 다른 스님을 협박해 종단에서 제적된 승려가 ‘제적 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박석근)는 전 조계종 승려 ㄱ씨가 제기한 징계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ㄱ씨는 ㄴ스님과 사찰 관계자가 내연관계라고 의심하던 중, 이를 유도신문하기 위해 지난해 초 ㄴ스님에게 ‘성관계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협박했다. ㄱ씨는 “교구를 위해 스님 같은 위선자를 살려둘 수 없다”, “조계종에서 완전히 옷을 벗기겠다”고 말하면서 ㄴ스님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이후 녹음 파일을 제3자인 ㄷ스님에게 전달했다. 평소 ㄴ스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ㄷ스님이 이 대화 내용을 유포하면서 일부 언론에 ‘ㄴ스님에게 성추문이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조계종은 지난해 3월 승려법 등에 따라 “ㄱ씨의 위법한 언행으로 타인의 명예와 승가의 위신이 손상됐다”며 ㄱ씨를 제명하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
ㄱ씨는 “ㄴ스님을 협박한 사실이 없고, 징계 처분이 과도하다”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ㄱ씨가 ㄴ스님의 명예와 조계종의 위신을 훼손할 위험이 큰 대화를 고의로 녹음한 뒤 제3자에게 녹음파일을 건네 언론에 ㄴ스님에 대한 허위 성추문 및 ㄱ씨의 협박행위가 보도되게 한 것은 승려법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ㄱ씨에 대한 징계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