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블로거 ㄱ씨는 최근 광고업체들로부터 네이버 쪽지를 잇달아 받았다. ‘블로그 임대 문의드립니다. 최고가 매입 약속드려요’ ‘블로그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임대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금액은 협의해서 정합니다’ ’불법적인 키워드 광고는 하지 않습니다’ 등 블로그 임대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ㄱ씨가 받은 쪽지에는 구체적인 금액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광고업체에 블로그를 빌려주면 통상 석 달에 1백~2백만원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방법으로 블로그를 빌린 광고업체는 이를 개인 변호사나 노무사 등 전문 자격사나 소규모 법인 등에 웃돈을 받고 재임대해 수익을 올린다. 통상 블로거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광고업체에 넘기면, 변호사나 법인 등이 해당 블로그에 홍보 글을 올리는 식으로 광고가 이뤄진다.
네이버 유명 블로그를 빌린 뒤 법무법인 등 홍보 글을 올리는 대가로 수백만원의 광고비를 요구하는 광고업체가 늘고 있다. 파워 블로그일수록 네이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한 광고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로그 임대나 매입이 가능한 이유는 일일 방문객이 많거나 게시글이 많고, 오래된 유명 블로그일수록 검색 결과의 상단에 배치되는 네이버 검색 시스템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통상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교통사고 처벌’ ‘이혼 소송’ ‘성범죄 형량’ ‘난청 산업 재해’ 등 구체적인 키워드를 입력한다. 이때 네이버에는 정식 광고인 ‘파워링크’와 블로그나 카페 글이 노출되는 ‘뷰(VIEW)’ 코너가 차례로 나온다. 네이버는 ‘뷰’ 코너의 검색 신뢰도 등을 높이기 위해 유명 블로그 글을 우선하여 상단에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이용해 광고업체가 유명 블로그를 빌려, 이를 전문 자격사들에게 전대하고, 자격사들이 블로그에 자기 전문 분야에 맞춰 특정 키워드를 포함한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광고하는 것이다. 광고업체가 특정 키워드가 담긴 글을 대신 올려주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블로그 임대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유명 블로그에 5일 들어가 보니, 2019년 상반기까지는 여행이나 맛집 소개 등 블로거 개인 일상을 담은 글이 가득했지만, 그 뒤부터는 개인 일상과 관련한 글은 찾아보기 어렵고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를 홍보하는 글만 가득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홍보 방식을 두고 자본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중견 로펌의 홍보 담당자는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검색 페이지에 여러 개의 블로그가 노출되는데, 일일이 들어가 보면 모두 하나의 법인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력이 아닌 자본을 이용해 소비자를 교란하는 부적절한 광고 행위에 따른 피해자는 결국 법률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규모 법인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어려운 업계 사정상 잘 알려지지 않은 변호사 입장에서 최대의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적은 돈을 들여 유명 블로그를 빌리는 것”이라며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동의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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