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법무부·대검찰청 합동 감찰 결과와 검찰 수사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내용이 의도적으로 유출됐다고 의심될 때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이를 내사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관련 훈령 개정을 추진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의적인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권력형 비리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대검찰청에 보내, 오는 9일까지 일선 검찰의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개정안은 공보관이 아닌 검사나 수사관 등이 수사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사건의 본질적인 내용이 언론 등에 유출돼 사건 관계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클 때,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내사할 수 있도록 했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진정이 들어온 때에도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다. 인권보호관이 내사나 조사를 한 뒤 조사 결과를 검사장에게 보고하면, 검사장이 감찰 등 조처를 하는 절차로 이어진다.
이런 훈령 개정 작업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발표 때, 피의사실에 대한 악의적 유출을 엄단하겠다며 언급한 내용을 명문화한 것이다. 당시 박 장관은 피의사실공표죄의 규범력 확보를 위해 기소 전 공보범위 확대 및 엄격한 기준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인권보호관에게 진상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 4~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과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상황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피의사실공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 왔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으로 지목돼 온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 훈령 개정이 권력 감시 보도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그동안 박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적한 사례를 보면, 대체로 여권 관련 수사 상황이 보도됐을 경우”라며 “수사 상황 유출에 대한 내사가 여권 관련 사건들에 선택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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