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횡령 등 자신을 둘러싼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박 전 회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조용래) 심리로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다. 박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5월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약 석 달 만이다.
박 전 회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추가하거나 변경할 내용이 있는지’를 묻는 재판장의 말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금호그룹의 임직원들, 저희 그룹을 아껴주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금호그룹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임원들까지 이 자리에서 함께 재판을 받게 돼 마음이 무척 무겁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 나름대로 지난 55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왔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설립 때부터 제 모든 것을 바쳐 일궈온 분신 같은 회사”라며 “그럼에도 제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에 큰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어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회장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그룹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경영권을 되찾고자 2015년 말 금호터미널 등 4개 계열사의 자금 3300억원을 인출해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으로 임의사용하고(특경법상 횡령),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핵심자산인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박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해 아시아나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구속기소됐다. 박 전 회장의 그룹 지배력 유지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2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에 저가 매각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도 받는다. 박 전 회장의 자산관리인이었던 윤아무개 전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상무, 박아무개 전 그룹 전략경영실장, 김아무개 전 그룹 전략경영실 상무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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