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도 입주민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면, 이를 노동시간에 포함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서울의 한 아파트 퇴직경비원 ㄱ씨 등 34명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중 지연손해금 부분을 일부 고쳐 파기자판했다고 10일 밝혔다. ‘파기자판’이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깨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 ㄱ씨 등은 아침 9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24시간 일하고, 이후 24시간은 쉬는 ‘격일제 교대근무’ 방식으로 일했다. 이들은 근무시간 가운데 휴게시간이 6시간이었지만, 따로 시간이 특정되지는 않았다. ㄱ씨 등은 보통 오전 10시30분쯤 점심을, 오후 4시30분쯤 저녁을 먹고 야간에 짬을내 수면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다만 휴게시간에도 불법주차된 입주민들의 차량을 옮기는 등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이들은 “휴게시간에도 일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휴게시간 근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또 매달 2시간씩 진행된 산업안전교육에 대해서도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1심은 “ㄱ씨 등이 부여받은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산업안전보건교육시간 2시간 중 20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노동자의 실질적인 휴식과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채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은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입주민들은 경비원이 초소 내에 있는 24시간 전부를 근무시간인 것처럼 간주해 업무처리를 요구했을 것이고, 경비원은 이를 거절할 뚜렷한 근거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2심은 산업안전교육을 진행한 매달 2시간도 모두 노동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휴게시간과 교육시간을 모두 노동시간으로 계산해 ㄱ씨 등에게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지연이자에 대한 일부를 기각해 파기자판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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