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불통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5G 피해 조사 결과와 개선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ㄱ씨는 지난해 말 에스케이텔레콤(SKT) 대리점을 통해 9만원 상당의 5G 요금제에 가입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ㄱ씨의 직장은 에스케이텔레콤이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에 포함됐다. 하지만 에스엔에스(SNS)에 사진 한장을 올리는 데 5분이 걸리는 등 5G 서비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ㄱ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에스케이텔레콤 고객센터에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접수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ㄱ씨는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분조위 조정과정에서 ㄱ씨는 자신의 서명이 위조된 것을 확인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분조위에 “5G 범위 및 음영 발생 가능성에 대해 고객에게 안내하고, 5G 서비스 이용계약서에 본인 동의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ㄱ씨는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었다. 확인결과, 계약서상 서명은 대리점 직원의 ‘위조 서명’이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본사의 귀책사유가 없다며 대리점의 사과와 보상금 30만원을 제시했다. ㄱ씨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지 말고 5G 통신장애 서비스 불량에 따른 피해보상 및 서명위조 등 유사사례가 없는지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참여연대 등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G 이용자들의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5G 통신 관련 상담 건수는 2019년에 비해 16% 늘어난 1995건이었다. 항목별로 보면, 절반에 달하는 상담은 통신·기기 불량 피해(49%)였다. 계약불이행·계약조건 설명 미흡 등 피해(39.8%)와 요금제 등 피해(7.5%)가 뒤를 이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통신사에 불만을 호소하면 장비가 구축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거나 단말기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제조사를 찾아가면 단말기엔 이상이 없고 통신 문제라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의 ‘입막음용’ 피해보상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은 통신 3사가 공식 보상 없이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이 12~130만원에 달하는 ‘고무줄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통신 3사는 공식적인 보상을 진행하지 않고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에 대해서만 입막음으로 보상하고 있다”며 “많은 소비자가 동일한 사안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라 말했다.
이들은 “통신 3사가 5G 불통 현황을 16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에게 고지하고 투명하고 형평성 있는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도 5G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행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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