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을 두고 20대 성별간 인식차가 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 의뢰해 실시한 ‘성평등한 정치 대표성 확보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만 19살 이상 1430명 대상 설문조사, 전·현직 국회의원 및 보좌진 등 21명 심층면접조사,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지닌 20대 남성과 여성 16명 집단심층면접(FGI) 조사 등으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의원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여성은 52%, 남성은 36%였다. 특히 20대 남성은 29%만 동의했는데, 20대 여성은 65% 동의해 20대의 성별 간 격차가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크게 나타났다.
‘여성할당제는 필요 없으며, 능력을 바탕으로 선출해야 한다’, ‘의원 여성할당제는 소수(엘리트) 여성들에게만 유리하다’ 등의 문항에 대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의원 여성할당제는 남성에게 역차별이다'라는 문항에 동의하는 남성은 59%, 여성은 49%로 조사됐다. 특히 20대 남성은 65%, 30대 남성은 66%가 이 문항에 동의하는 등 남성은 젊은 세대일수록 동의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20대 여성은 38%만 이 문항에 동의했고, 중장년층일수록 동의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조사결과 “여성 또한 여성에 초점을 둔 여성할당제보다 ‘성별’ 할당제를 선호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입법적 할당제보다 정당의 자발적 할당제를 선호했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은 국회의원 여성할당제에 대해 “기존의 할당제 등에 초점을 둔 하향식 방식보다 상향식 접근을 통한 법제도 개선안을 주목해야 한다”며 “여성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 및 참여 욕구를 반영하는 아래로부터의 전향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한편,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등 문항에 대한 응답으로 평가한 페미니스트 정체성은 평균적으로 남성 0.23, 여성 0.28점이었다. 남성은 10명 중 2명, 여성은 10명 중 3명 정도가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20대 여성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은 0.36점으로 전체 집단 중 가장 높았고, 20대 남성은 0.13점으로 전체 집단 중 가장 낮았다.
20대 여성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은 사회 참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세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시위·집회 참여와 정당 가입 등 전통적 사회 참여를 많이 했지만, 20대 여성은 유일하게 같은 세대 남성보다 전통적 사회 참여를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은 해시태그·청원링크 공유·댓글 달기 등 온라인 사회 참여에도 20대 남성보다 적극적이었다. 연구진은 “20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할수록 사회 참여를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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