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서초동 법무부 의정관에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 개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나 수사관의 의도적인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되면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를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내사·수사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여론몰이식’ 피의사실 공표 악습을 없애기 위한 조처지만, 한편에서는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17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기소 전 공개범위 확대 및 엄격한 기준 제시 △예외적 공개요건 명확화·구체화 △수사정보 유출 관련 인권보호관 진상조사 근거 신설 △피의자 반론권 보장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의 때 고려사항 추가 등의 사안이 담겼다.
특히 법무부는 일선 수사기관과 언론 등의 의견을 들어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될 때 인권보호관이 내사에 앞서 진상조사를 하는 과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응철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은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될 때 바로 내사를 하면 (진행 중인) 수사를 자신 있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의혹이 있으면 바로 내사를 하는 대신, 진상조사를 거치는 쪽으로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개정안에는 ‘인권보호관이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될 때 내사사건으로 수리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이번에 법무부가 발표한 개정안에는 ‘진상조사에 착수한다’로 내용이 바뀌었다.
이번 개정안에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 의결을 전제로 사건 공개 및 공개범위 요건을 구체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심의위는 사건 공개 내용이 절차와 관련된 내용인지, 본질적 내용에 관한 것인지 여부와 사건 공개로 수사 및 재판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보 공개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은 ‘심의위 위원 및 안건 등이 비공개여서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과 관련해 “공개금지가 해당 규정의 원칙”이라며 “검찰에서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 이상 심의 결과나 과정을 공개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이번 개정안을 통해 △수사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체포·구속 등 수사 단계별로 공개범위를 세분화했다. 테러와 디지털성범죄, 감염병 관련 범죄 등 예외적 공개 가능한 범죄 유형도 구체화했다. 피의자 반론권도 보장해 형사사건 공개에 대해 피의자 반론 요청이 있으면 그 내용도 공개하도록 명시했다.
앞서 지난 7월1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에 대한 악의적 유출을 막겠다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9일까지 해당 개정안을 대검찰청 등에 보내 일선 검찰의 의견을 수렴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