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18일 오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청사 내부로 들어가던 중 추가 입장 표명을 위해 다시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를 판단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백 전 장관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18일 수사팀에 권고했다. 백 전 장관의 추가기소를 주장한 수사팀과 이견을 보인 대검찰청이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구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수사심의위를 소집한 만큼, 수사팀이 불기소 권고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수사심의위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에서 비공개회의를 열어, 4시간30분 동안 논의한 끝에 ‘백 전 장관을 추가로 재판에 넘기지 말고,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는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을 비롯해 위원 15명이 참석했다. 표결 결과, 위원 15명 가운데 9명이 불기소 의견을, 6명이 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 계속 여부를 두고서는 만장일치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위원장을 뺀 15명의 위원이 심의·의결에 참여했다.
위원들은 수사팀과 백 전 장관 쪽이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에 관한 추가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했다. 수사팀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약 148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백 전 장관 쪽은 원전 조기 폐쇄는 정책적 판단이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본 주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배임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6월30일 대전지검은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선 업무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수사팀은 당초 백 전 장관에게 ‘정 사장에 대한 배임교사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도 적용하려 했으나, 대검 지휘부와 의견이 갈려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아본 뒤 추가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 직권으로 이번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됐다는 점에서 권고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에서는 애초 검찰 수사팀이 무리하게 기소를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국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한수원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운데 그를 대상으로 한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백 전 장관 쪽은 이날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 전 장관 변호인은 이날 “국정 과제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적법하게 추진됐다”며 “이 사안에 대한 수사심의위 판단을 존중하고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전광준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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