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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환경부 블랙리스트’ 여파로 극단적 선택…법원 “업무상 재해”

등록 2021-08-20 20:12수정 2021-08-20 20:36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인사 불이익을 받은 환경부 산하기관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법원은 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 ㄱ씨의 가족이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에서 총 33년을 근무한 ㄱ씨는 2018년 4월 환경기술본부장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자 2인에 올랐다. 그런데 ㄱ씨는 그해 7월 간부회의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환경기술본부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목적이다.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8월엔 ㄱ씨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검토됐다. 당시 김 전 장관은 ㄱ씨가 지원한 환경기술본부장에 특정 인물을 내정한 상태였는데, 해당 인사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자 ㄱ씨에 대한 추천 의견을 묵살하고 환경기술본부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상태였다.

일련의 과정 속에 ㄱ씨는 2018년 10월 중순 스트레스로 10일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11월에는 수면장애와 우울감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그해 말 ㄱ씨는 ‘인사권자와의 생각 차이에 따른 자괴감, 모멸감’ 등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복지공단은 ㄱ씨의 산재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지급 등을 요청한 유족에게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정도 감내해야 한다. ㄱ씨의 사망에는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인 요인이 상당부분 작용됐다”며 산재가 아니라고 했고, ㄱ씨의 가족은 지난해 4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건 때문에 ㄱ씨가 자괴감을 느꼈고, 이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지원한 환경기술본부장 심사절차가 통상적인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고, 30년 넘게 환경부와 산하기관에서 근무한 고인으로선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ㄱ씨에게는 가정적·경제적 문제 등 극단적 선택에 이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고인은 본부장 인사 등과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세가 발현됐고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으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2017년 말∼2019년 초 사표를 내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청와대와 환경부 내정자가 특정 보직에 임명될 수 있도록 임추위 선발 절차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이 판결에 불복하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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