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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복직 첫날 교사에 물품창고 대기…인권위 “인격권 침해”

등록 2021-08-23 14:12수정 2021-08-24 02:47

이사장이 채용 조건으로 ‘금품요구’ 진술한 교사에 지시
복직한 고등학교 교사 ㄴ씨가 5시간 넘게 대기했던 ㄱ고등학교 통합지원실 창고.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복직한 고등학교 교사 ㄴ씨가 5시간 넘게 대기했던 ㄱ고등학교 통합지원실 창고.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학교 법인 이사장이 금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검찰에 진술한 교사를 창고에 대기하도록 지시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광주 명진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 이사장에게 교사 ㄱ씨를 교무실이 아닌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한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주의 조처를 할 것과, 유사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을 23일 권고했다.

인권위의 ‘학교의 복직교사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인한 인권침해’ 결정문을 보면, 명진고 행정실장은 해직처분 뒤 복직돼 학교에 출근한 교사 ㄱ씨를 교무실이 아닌 통합지원실 물품보관 장소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명진고 교장은 이러한 부적절한 조처에 대해 시정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ㄱ씨는 2017년 명진고 교사 모집에 응시했는데, 학교법인 ㄴ이사장이 채용을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ㄱ씨는 결국 최종 합격했지만, ㄴ이사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ㄱ씨는 검찰 조사에서 “ㄴ이사장이 5천만원을 주면 교사로 채용해주겠다고 했다는”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결국 ㄴ이사장은 2019년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도연학원 등은 ㄱ씨를 배임증재미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뒤 지난해 해임했지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복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ㄱ씨의 복직 첫날인 지난해 12월9일 오전 교장은 ㄱ씨에게 “적당한 곳에 있으라”고 지시했고, ㄱ씨는 행정실장의 지시로 통합지원실 창고 안에 마련된 학생용 책상에서 퇴근 전까지 대기했다.

통합지원실 창고는 다수의 매트와 옷걸이, 가전제품 등 장애인 학생들이 이용하는 물품이 보관된 장소로 ㄱ씨는 이 창고에서 5시간 넘게 대기해야했다. 학생들이 오가며 보기도 해 ㄱ씨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인권위에 밝혔다.

명진고는 인권위에 “교무실에 빈 교사자리가 없었기에 다른 공간에서 대기하도록 할 수밖에 없었으며, 피해자가 당일 대기한 공간은 ㄱ씨의 근무장소가 아니라 피해자의 복무를 내리기 위해(업무 지시를 위해) 3~4시간 잠시 기다리게 한 장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교사의 지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용 책걸상을 제공하는 등 해임된 후 복직한 교사인 피해자에게 대기공간으로 제공할 만한 적절한 공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ㄱ씨의 모습이 학생 및 동료 교사들에 노출됨으로 인해 피해자는 교사로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교사인 ㄱ씨의 대기 장소로 교무실 및 사무실 등이 아닌 통합지원실 물품 보관 공간에서 대기하도록 한 학교 측의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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