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에 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된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셧다운제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교육권을 존중해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자율적 방식의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시간 제한 제도를 일원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는 지난 6월 게임 셧다운제가 국무조정실 규제챌린지 과제로 선정된 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실효성 있는 청소년 게임이용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결과다.
셧다운제가 처음 논의된 건 2004년이다.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청소년의 수면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게임 셧다운제가 거론됐다. 2011년 4월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셧다운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은 셧다운제의 자율성 침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정부는 셧다운제의 강제성을 완화하기 위해 2014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부모선택제(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셧다운제 제외) 등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률 개정에는 이르지 못했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셧다운제 폐지 방안도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장유남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 사무관은 “셧다운제를 규정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위해선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폐지 법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국회에 설명하고 건의해 연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게임 제공시간 제한 제도를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셧다운제가 일률적 제한이라면 게임시간 선택제는 자율적 제한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18살 미만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원하는 시간대(요일별 설정 가능, 24시간 대상)로 게임 이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게임시간 선택제 운영을 내실화하기 위해 편의성을 강화한다. 지금은 게임별로 게임시간 선택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문체부 산하 비영리법인인 게임문화재단이 일괄적으로 신청 대행을 맡는다.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 서비스를 통한 신청뿐 아니라 고령층 보호자를 고려해 전화·팩스 신청도 받는다.
사각지대 청소년 보호를 위해 법정대리인 외 교사·사회복지사 등 선택제 신청 가능 보호자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청소년이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등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이밖에 게임 과몰입 청소년의 일상 회복 지원, 게임 외 다양한 여가활동 지원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셧다운제를 폐지하게 된 배경으로 청소년의 권리 침해 문제와 미디어 이용 환경 변화 등을 꼽았다. 청소년의 주 이용 매체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로 바뀐 영향이 가장 크다. 스마트폰으로 자주 이용하는 모바일 게임, 동영상 시청, 에스엔에스(SNS) 등은 셧다운제의 적용도 받지 않아 피시(PC) 게임만을 규제하는 문제가 생겼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가정 내 교육권 침해란 지적도 잇따랐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개인·가정의 자율적 조절을 원칙으로 한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청소년 보호 정책은 매체 이용 환경 변화에 대응해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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