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왼쪽)와 매니저 폴 프렌터(앨런 리치)가 키스하는 장면. 화면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며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모자이크 처리한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이 발생하거나 강화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1일 밝혔다.
앞서 성소수자인권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에스비에스>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임의로 극중에서 동성 간 키스 장면 2개를 삭제했고, 남성 간의 키스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며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방영했는데 이는 동성애 등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에스비에스>가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한 행위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유해한 집단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해당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진정사건들은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인권위는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그동안 가시화되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비가시성(invisibility)’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며 “따라서 미디어 등을 통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가시화는 ‘다양성을 확인하고 알아가는 경험’으로 시민들이 성소수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스비에스>는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과, 퀴어축제 반대 성명을 낸 서울시 공무원과 관련해 접수된 진정도 각하하면서 의견을 밝혔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인권위는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안 대표가) 퀴어문화축제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며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기간 중 성소수자에 대해 ‘거부할 권리’, ‘보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확산시키고 차별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이 존재를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는 가시성의 실천이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나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는 운동으로의 의미가 있다”고 퀴어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2019년과 2021년에 퀴어축제 반대 성명을 낸 서울시 공무원 17명에 대해서도 “시민들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을 갖도록 유도하여 차별을 선전하거나 부추긴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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