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고소인에게 불송치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알 권리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9일 “경찰이 불송치 결정의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행위는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는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정인은 지난해 5월 1억2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보았다며 사기혐의로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2월16일 피의자 1명의 혐의만 인정해 송치하 고, 피의자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날 결과를 진정인에게 통지했다. 다만 통지서에서 송치·불송치 결과 외에 불송치 결정의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진정인은 “수사 결과에 불복하기 위해 수사 결과에 대한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고소인에게 아무런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담당 수사관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올해 1월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검찰에 불송치하고 자체종결할 권한을 갖게 됐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고소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7일 이내에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는 취지와 이유를 고소인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불송치 결정 뒤 제대로 된 이유를 고지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일선 변호사들과 고소인들 사이에서 제기돼왔다.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은 새로운 형사소송 체계 시행 이후 초기에는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혼란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가 안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각 피의자에 대해 일부 송치한 근거나 각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에 이른 최소한의 사실관계나 법리상의 해석 등 이유를 알 수 없으므로 피진정인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불송치 결정의 이유를 알려줄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진정인은 결과적으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의 신청을 하려고 해도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의 신청권의 행사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진정인에 대해 불송치 및 일부송치 이유를 신속히 서면으로 알리고, 피진정인에 대한 주의 조처와 피진정인을 포함한 수사관들에 대한 불송치 결정 시 이유 통지 관련 직무 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제도 변경 초창기라는 점을 고려해 경찰청장에게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례를 각 경찰서에 전파하라고 권고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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