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마포구 공덕역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인근 환기구에서 작업하던 20대 노동자가 9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작업자의 몸을 고정하는 안전장치 등이 규정에 맞게 갖춰졌는지 작업자와 시공사를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10일 서울교통공사는 9일 아침 8시20분께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주변 환기구에서 전기집진기(먼지와 불순물을 포집해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를 설치하던 노동자 ㄱ씨(27)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가 사고 경위를 전한 자료를 보면, ㄱ씨는 지상에서 환기구 안쪽으로 설비를 집어넣기 위해 환기구 철제 덮개(그레이팅)를 들어 올리던 중 덮개와 함께 약 9m 아래로 추락했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의식을 잃은 ㄱ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ㄱ씨는 사고 2시간 30분여 만에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ㄱ씨를 비롯한 작업자 3명과 현장소장, 안전관리자 등 5명이 있었다. ㄱ씨와 같이 일하던 아버지도 현장에 있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 협의회(협의회)는 현장에 크레인 등의 장비가 없어 ㄱ씨가 120kg에 이르는 덮개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다가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그레이팅 해체는 그 무게 때문에 크레인이 필요하며, 작업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이를 지지대에 묶고 작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전국 지하철역 환기구에서 진행 중인 양방향 전기집진기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고용노동부는 일체 점검을 실시하라”고 교통공사와 노동부에 요구했다.
경찰은 시공사가 추락 방지 장치를 제대로 갖췄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해당 유형의 건설현장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사업주가 이행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을 모두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발주처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작업 전 안전교육이 이뤄졌고 현장에 안전대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지만, 사고 당시 사용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사고 이후 공덕역을 비롯한 지하철 6호선 전체의 집진기 공사를 중단했다. 사망한 작업자를 애도하며, 이후 (유족 등에 대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ㄱ씨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이튿날 출근해 팔 등에 통증을 느끼는 상태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졌으나 ㄱ씨의 유족들은 <한겨레>에 “(사고)전날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한 것은 ㄱ씨가 아닌 ㄱ씨의 어머니였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군 복무를 마친 뒤에 얼마 쉬지도 않고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착한 아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천호성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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