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징역형을 산 성범죄자에게 성충동 약물치료를 집행할 때 치료명령 선고일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났다면 재범 위험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ㄱ씨는 2013년 8월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5년 및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ㄱ씨는 기저질환 등을 이유로 약물치료에 응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고, 1·2심은 ㄱ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ㄱ씨에게 약물치료가 명령된 이후 약물치료 명령을 규정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당 조항은 법원이 성폭력범죄자에게 15년의 범위에서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헌재는 2015년 “장기형이 선고된 경우 치료명령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어 집행 시점에서 불필요한 치료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법 개정이 이뤄져 치료명령 집행 시점에 집행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판단 받을 수 있는 ‘집행면제 신청 제도’가 신설됐다.
대법원은 ㄱ씨가 집행면제 신청 대상이었는데도 약물치료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아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물치료 집행을 시도할 당시인 2019년 5월은 ㄱ씨에 대한 치료명령 선고일인 2013년 8월로부터 6년 가까이 지난 때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었다”며 “ㄱ씨는 집행시도 무렵 면제신청의 의사도 표시했으나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기관은 ㄱ씨에게 집행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한 후 집행 필요성이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 이에 따라 적법하게 잔여기간에 대한 치료명령을 집행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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