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전 총장 쪽으로부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고발장을 받아들고 고심에 빠졌다. 사건 실체와는 동떨어진 물타기 프레임은 분명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와의 만남 자체가 가지는 휘발성이 큰 탓이다. 애초 공수처가 구상한 수사 로드맵에는 전혀 없던 돌발변수인 셈이다.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13일 공수처를 찾아 박 원장과 제보자 조성은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피고발인들이 윤 전 총장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지난 2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로 공모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국정원장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원장이 ‘제보 사주’에 관여했다는 직접 증거는 고발장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발장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빠듯한 수사인력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우선순위에 두기는 쉽지 않다. 전날 공수처 관계자는 국정원장과 제보자 사이 공모 의혹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수사하는 본질과는 크게 다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선거에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 연루 사건부터 빠르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다. 우선 본류인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집중하고, 박 원장이 제보 과정에 개입했다는 추가 증거들이 나와야 수사가 진행될 것”고 전망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수사 인력이 제한된 공수처가 모든 고발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공정한 수사를 강조한 만큼 기본적 조사는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정치적 중립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양쪽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데 야당 쪽 고발을 무시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만약 박 원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나올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고발인 조사 같은 최소한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웬만큼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국가안보와 관련한 최고급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 직접 조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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