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다 숨진 10대 의사자 가족이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는 의사자인 ㄱ씨 유가족이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낸 국립묘지 안장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1994년 당시 17살이었던 ㄱ씨는 계곡에서 튜브를 놓쳐 허우적거리는 친구를 구하려다 함께 숨져 2005년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ㄱ씨 가족은 2019년 7월 ㄱ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고 신청했는데,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안장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하자 소송을 냈다.
원고 쪽은 “유사한 사례의 의사자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인정한 바 있음에도 ㄱ씨를 안장 비대상자로 결정한 것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뒤 숨져 국립묘지에 안장된 의사자로는 2005년 신명철 의사자, 2007년 최한규 의사자 등이 있다. 재판부는 순국선열·애국지사·군인·경찰관·소방관 등의 국립묘지 안장을 규정한 국립묘지법을 들며 “의사상자 중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의사상자 인정에 구속됨이 없이, 구조 당시 상황·구조행위의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그 희생정신과 용기가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ㄱ씨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해도, 군인·경찰관·소방공무원의 순직 등에 비춰 그 구조행위 당시의 상황 등을 살펴보면, 국가보훈처가 고인의 희생정신과 용기가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합당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 비례의 원칙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유사한 사례에서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결정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조행위 당시 상황 등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결과만을 단순비교해 이 사건 처분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ㄱ씨 가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