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로 9월 23일 오후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성남/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과 경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각각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동일 사건 동시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이 본격 수사 첫날부터 사건 관련자 사무실과 집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는 등 사업 과정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먼저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고도 한발 늦은 경찰은 수사 대상과 방식 등을 고심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인·허가 과정 및 개발이익 배분 등 ‘개발 설계’ 과정에서의 배임 혐의 수사에, 경찰은 ‘배당 이후’ 시행사 화천대유 등의 자금 흐름 쪽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 17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수사 본류를 배임 혐의 입증에 두고 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기초 사실관계, 보도 내용, 수사 착수시 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 등을 검토해 왔다. 2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장동 개발 사업 인·허가에 관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아무개 회계사(천화동인 5호) 등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한 것에서도 검찰 수사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의 본류는 배임이다. 배임 혐의를 찾기 위해서는 인·허가 과정과 사업자 선정 과정을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돈이 새어나간 것이 확인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배임 수사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되, 그 과정에서 횡령·뇌물수수 혐의로도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대장 고석길 총경) 27명, 서울경찰청 11명 등 수사인력 38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쪽 수상한 자금 흐름을 내사해 온 서울 용산경찰서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간다.
수사팀은 이날 오후 이 사건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7호 소유주,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등 조사 대상자를 확정하고, 일부 대상자와는 이미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대상자에는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박영수 전 특검과 원유철 전 의원 등 화천대유 고문 및 자문변호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경찰보다 한발 앞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검·경 수사는 고발 주체는 달라도 큰 틀에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배임·횡령·뇌물수수 혐의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과 검·경 수사준칙은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 두 기관이 동일한 범죄를 수사할 경우 영장청구(신청)를 먼저 한 기관에 수사 우선권이 주어진다. 경찰로서는 검찰이 먼저 사업자 선정 과정과 각종 인·허가 업무, 자름 흐름을 알 수 있는 주요 자료를 모두 압수해 간 상황에서 수사를 하게 됐다.
검·경은 아직 수사 공조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날 검찰 압수수색에 경찰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별개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해 경찰에서 밝힐 입장은 따로 없다. 수사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검찰과 경찰 수사 가운데 중복되는 부분은 최대한 협의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현수 이정하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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