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인 민간사업자 선정부터 이익배분 협약에 이르는 전 과정에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관여한 사실이 내부 문서 결재 내역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도시개발사업을 맡아온 기존 사업개발팀을 놔두고, 과거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다 실패한 민간사업자와 연결된 인사들로 전략사업팀을 신설해 사업자 선정 등을 전담시키는 등 사실상 별동대처럼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략사업팀 핵심 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떠난 뒤 유 전 본부장 이름을 딴 유원홀딩스라는 부동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출국금지하고 그의 집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유원홀딩스를 압수수색하는 등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 등을 정조준하고 있다.
<한겨레>가 29일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문서 목록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은 부임(2014년 8월) 직후인 그해 10월 직제개편을 통해 기획본부 아래 전략사업팀을 신설한 뒤, 이를 고리로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공모와 심사, 사업자간 수익 배분을 결정하는 주주협약까지 모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문건 등을 작성한 전략사업팀 핵심 구성원들의 입사 배경에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민간업체에서 함께 일하다 직접 개발사업을 추진해 엄청난 이익을 남긴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와 정아무개 회계사(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가 있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남 변호사 소개로 2014년 11월 전략사업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정아무개 변호사는 투자사업파트장을 맡아 공모 발표 하루 전인 2015년 2월12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공모지침서(안) 결과 보고’ 문건을 작성해 당시 황무성 사장에게 보고했다. 공모지침은 우선협상대상 민간사업자 선정의 첫 틀을 짜는 문서다. 이같은 핵심 업무를 신설된 전략사업팀이 맡은 것이다. 정 변호사는 한 달여 뒤 남 변호사가 투자한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때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 변호사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또 성남개발공사에서 나온 뒤 지난해 11월 설립한 부동산개발업체 유원홀딩스의 ‘유원’은 유 전 본부장을 뜻하는 것이며 “동업 관계라 등기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까지 사무실에서 만나 사업 관련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공공-민간 이익 배분 등을 결정하는 주주협약은 유 전 본부장이 결재했다. 문서 목록을 보면 2015년 6월22일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 주주협약 및 정관 체결’의 최종 결재자로 등장한다.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유 전 본부장이 최종 결재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도 전략사업팀은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신규투자사업 투자심의회 부의(안)’(2015년 1월23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 신규투자 및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이사회 부의(안)’(2015년 1월23일) 등 다양한 대장동 개발 관련 문서를 생산했다. 투자심의회 등 관련 업무는 2014년까지 개발사업본부 산하 사업계획팀에서 담당해왔지만, 이 업무가 유 전 본부장 취임 이후 기획본부 산하 전략사업팀으로 이관된 것이다.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아무개 변호사의 추천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진 정아무개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이 대장동 개발 관련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보고(맨 위)했으며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특수목적법인(SPC) 컨소시엄과의 주주협약 문서를 직접 결재(맨 아래)한 내역. 성남도시개발공사 문서목록
앞서 유 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는 기획본부 소속이고 개발본부에서의 일은 개발본부에서 올라가는 일이다. 왜 기획본부로 올라왔다는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실무자들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발 업무 주무는 개발사업본부가 맡기 때문에 기획본부장인 자신은 사업 이익 배분 결정 과정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신설 전략사업팀, 사장 직무대리 권한을 활용해 민간사업자 선정 공모지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주협약에 이르는 핵심 과정에 모두 관여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략사업팀 자체가 사실상 유 전 본부장이 만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전략사업팀 자체의 필요성은 있었지만, 그 고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에 더 개입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시 성남시의회에서는 전략사업팀이 개발사업 고유 업무를 너무 많이 이관해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전략사업팀 시설 시점인 2014년 10월21일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 개발사업 추진 지원강화라고 했지만 개발사업 추진 본연의 업무를 전략사업팀에서 많이 이관한다는 그런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개발사업팀에서 담당해야 될 주요업무들이 많이 이관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박윤희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고 했다. ‘개발사업 추진 지원’을 하기로 돼 있는 전략사업팀이 개발사업 자체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부임 이후 개발사업본부 산하 사업계획팀이 사라지고 이 팀의 상당수 업무를 기획본부 산하에 신설된 전략사업팀이 맡게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 2014 행정사무처리상황
대장동 개발에서 주요 역할을 한 전략사업팀에 남 변호사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정 변호사 외에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물이 입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공채로 채용하긴 했지만 당시 전략사업팀 소속 김아무개씨의 경우 정 회계사 쪽에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대장동 개발의 핵심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인데 두 사람이 한 명씩 전략사업팀에 (자기 쪽 사람을)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한 성남시의원도 “김씨의 경우 정 회계사와 친분이 있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인 김씨는 전략사업팀 신설 직후인 2014년 11월 정 변호사와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 김씨는 <한겨레>에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적은 있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 지원 시점에는 다른 회계법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추후 조사 받을 일이 있으면 증빙으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입장을 묻기 위해 정 회계사와 정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진 뒤 전화번호를 바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국민의힘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티에프’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기도 산하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맡은 유 전 본부장을 이 지사 측근 인물로 꼽으며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한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배지현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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