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9월6일)
“수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9월14일)
“수사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9월30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 등을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지목될 때마다 ‘사실 무근’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대검찰청 감찰자료 및 내부 관계자,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가 ‘손준성보냄’이라고 표시된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면서, 손 검사의 전면 부인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고발장 작성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고발장을 국민의힘 쪽에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해당 고발장이 어디서 났는지, 무슨 이유로 전달했는지를 소명해야 하는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은 ‘현직 검사 관여’라 표현했다. 아직 혐의 유무는 판단 못 하지만 적어도 고발장 존재나 전달에 조작은 없다고 본 것 같다. 손 검사와 관계없는 인물이 고발장 작성 및 전달에 관여했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전 총장 쪽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응 전략 수정이 필요한 것은 손 검사뿐만이 아니다. 줄곧 고발장 자체가 조작됐다며 “정치공작” “괴문서”라고 일축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당장 핵심참모가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 고발장을 제1야당에 전달한 사실이 구체화하면서, 이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 수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자신의 관여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손 검사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사과할 수 있다는 ‘선 긋기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노다지를 발견했다는 얘기도 돈다. 핵심 물증을 통해 손준성 검사가 고발장 전달에 관여했다는 사실 정도는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를 통해 손 검사가 직권남용 혐의의 피의자인지, 피해자인지 여부가 규명돼야 윗선의 관여 여부가 밝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손 검사 혐의 사실이 공수처 수사를 통해 더 특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 검찰이 공수처에 이첩하며 밝힌 내용만으로는 손 검사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그동안 손 검사가 전면 부인 전략으로 나선 이유는 일부라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순간, 그 다음 단계에 대한 답을 해야한다는 것을 수사검사로서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검찰이 손 검사 관여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계속 부인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손 검사는 자신 관련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에서 저의 관여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하며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기존에 수차 밝힌 바와 같이 저는 본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 피의사실공표나 명예훼손 등에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공수처는 30일 검찰이 사건을 이첩하며 넘긴 에이(A)4 용지 수천쪽 분량의 수사기록과 증거물 등을 검토할 부서를 정한 뒤 곧바로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신속하게 수사를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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