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두고 추이를 지켜보던 법원 내부에서 이번 기회에 퇴임 대법관 취업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발언이 심리 대상에 포함됐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해 무죄 쪽에 섰는데, 퇴임 뒤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고 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의혹 제기 초반만 하더라도 법관들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 퇴임 몇 개월 전부터 8차례 방문한 기록이 나오는 등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일부 동요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법관들은 자칫 화천대유 논란이 사법부 신뢰 문제로 불똥이 튈까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의혹 초기만 하더라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평정심을 유지했던 법관들이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동요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권 전 대법관이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한 뒤 자기가 맡았던 주요 사건에 등장한 문제의 회사에 고문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권 전 대법관이 퇴임 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것이 적절한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법원 판사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5일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열어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권 전 대법관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퇴직 법관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정해 논의할지를 조만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경우 오는 12월6일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진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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