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재미교포 신은미씨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공소권을 가진 검찰 재량으로 여러 사정을 감안해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조처다. 헌재는 “발언의 전체 취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신씨는 2014년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함께 ‘전국순회 토크콘서트’에 참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이듬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다섯차례 방북 경험이 있는 신씨는 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주민이 김정은 정권 아래서 사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하고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렀다. 검찰은 이를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및 이적동조 혐의로 판단하면서도 기소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하면서 법무부에 신씨의 강제퇴거를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신씨와 함께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황 전 부대변인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신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처분 취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기소유예 처분 취소 권한을 가진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신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
헌재는 “신씨의 발언 전후 맥락 및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 국가보안법 및 명예훼손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검찰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씨가 피의사실과 같은 발언과 북한 노래를 부른 것은 사실이지만, 토크콘서트에서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생각한 적 없다’ ‘북한을 여행하면서 30~40년 전 폐차할 것 같은 차를 타고 다녔고 (중략) 이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울까 눈에 다 보였다’ 같은 발언도 했다는 것이다. 또 신씨가 부른 북한 노래 가사는 북한 체제에 대한 미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신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황 전 대변인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신씨에 대한 검찰 처분 취소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신씨와 황 전 대변인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북한의 권력세습 체제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북한을 방문해 보고 들은 것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체제나 그 통치자들이 내세우는 핵심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정치 등을 직접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거나 선전·동조하는 내용도 찾을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신씨의 발언 등이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신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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