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받은 조주빈씨의 유죄가 확정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들머리에서 텔레그램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아직도 이 사건의 성착취물을 한낱 유희거리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전합니다. 당신들이 찾는 그것은 ‘포르노’가 아니라 누군가의 존엄성을 침해한 범죄의 산물입니다. 당신들의 범죄는 더는 호기심으로 포장되지 않을 것이며,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1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 대법원 판결에 여성단체들은 “온라인 성착취는 반드시 처벌된다. 이번 판결은 그 시작일 뿐”이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음란물 제작 배포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조주빈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은 이 사건 주범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더는 좌시할 수 없는 강력범죄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조주빈(26)씨가 지난해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들은 이번 판결이 집단적·조직적으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가 더는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참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은호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수사 및 공판에 이르자 자신의 범행을 사소한 일탈, 개인적 욕구 탓으로 축소하며 박사방은 범죄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사방이 범죄단체라는 원심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1심과 항소심은 “(박사방은)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다는 걸 인식하고 오로지 범행 목적으로 구성하고 가담한 조직”이라고 일관되게 판단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오늘 판결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범죄인지 몰랐다, 피해자가 고통받을 줄 몰랐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더는 법원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가해자의 섣부른 기대 역시 더는 실현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누구도 다른 이의 인격과 존엄성을 착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성착취의 피해자의 목소리도 글을 통해 전해졌다. 피해자는 “디지털 성범죄는 범인이 잡혀도 절대 끝나지 않는다”면서 “(한국 사회는) 잠재적 범죄자 투성이며, 인터넷 상에서 도는 피해 사진과 영상은 한국에서 끝나지 않고 외국으로 뻗어나간다. 범인이 잡혀도 끝나지 않는 나의 경험이 세상의 조롱으로부터 언젠가 구원받길 바란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받은 조주빈씨의 유죄가 확정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들머리에서 텔레그램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