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역당한 군인의 유가족을 상대로 군이 ‘이자가 잘못 지급됐으니 연금을 돌려달라’고 한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전직 군인 ㄱ씨의 유가족이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연금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ㄱ씨는 1957년 소위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하던 중 1973년 4월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보안부대에 3일간 감금된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작성했다. 법원은 2017년 ㄱ씨의 전역이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될 정도의 강박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판결했고, 국방부 장관은 그해 ㄱ씨의 전역을 1981년 11월로 새롭게 명령했다. 그리고 ㄱ씨의 복무 기간을 26년 5개월로 계산해, 원금 약 7억원과 이자 8억6천여만원을 포함한 미지급 퇴역연금 15억6천여만원을 ㄱ씨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국군재정관리단장은 2019년 2월 뒤늦게 “기지급한 금액 중 이자는 법령상 별도 지급규정이 없는데 착오로 지급됐다”며 ㄱ씨에게 연금을 돌려달라고 했고,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자 유가족을 상대로 재차 같은 고지를 했다. 유가족들은 이런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군이 ㄱ씨의 가족에게 환수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군이 적용한 옛 군인연금법 제15조는 잘못 받은 급여를 환수해야 하는 사람은 ‘급여를 받은 사람’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이 법에 따른 환수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법은 환수처분의 상대방을 ‘급여를 받은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고 환수 행위의 효과가 상속인에게 승계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급여를 직접 지급받은 바가 없는데도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그 상속인에게 환수처분을 하는 것은 침익적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연금 등이 늦게 지급되는 경우 통상적으로 이자를 함께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고, 이 사건 퇴직연금 지급 취지 자체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다. 재판부는 “급여 등이 당초 지급돼야 하는 시기보다 늦게 지급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이 사건 퇴직연금을 지급한 취지 자체에 불법·부당한 국가 행위로 인해 강제로 전역하고 부당하게 퇴역연금을 지급받지 못한 망인의 권리와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해당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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